지금 중국은 기업의 과잉 설비투자에 따른 경기 과열로 골머리를 앓고, 일본은 과열 조짐을 보이는 설비투자를 사전에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투자리스크를 꺼리거나 수익모델을 못 찾고 천문학적인 현금을 쌓기만 하는 바람에 성장동력 저하는 물론 고용과 소득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우리 처지에선 한편 부럽고 한편 섬뜩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엊그제 올 2분기 GDP 성장률이 11.3%라고 발표했다. 11년 만에 최고다. 상반기 성장률도 10.9%나 된다. 과속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금리 인상 및 위안화 절상 등 다양한 진정책을 동원했지만 기업의 확장 욕구와 지방정부의 개발경쟁을 잠재우지 못했다.
급기야 원자바오 총리가 고정자산 투자 억제와 신용대출 및 부동산 규제 강화를 시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25%대의 수출 증가세와 30%대의 고정자산 투자 고공행진을 제어하는 위안화 추가 절상과 금리 추가 인상은 시간문제가 됐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주말 5년 반 만에 제로금리 정책 해제를 선언했다. '잃어버린 10년'의 밑거름 위에 세워진 '황금의 확장기' 가 물가상승세를 정착시켜 디플레이션 우려가 종식되고 설비투자가 경쟁하듯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비용 구조 때문에 해외로 옮겨 갔던 기업들이 되돌아오고 아웃 소싱에 몰두했던 업체들은 이제 인 소싱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한때 일본경제의 침체를 비웃고 중국경제의 후진성을 조롱하던 한국경제는 자만의 함정에 빠져 있다. '잠을 깬 토끼' 일본과 '잠자지 않는 거북' 중국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비 맞은 중'이 돼버렸다. 상반기 중 일자리가 30만개 정도 늘었다지만 '괜찮은 일자리'의 주류인 제조업에서는 삼성전자 전체 종업원에 버금가는 7만 5,000개가 줄어들었다.
권오규 신임 경제부총리는 취임사에서 "성장이든 분배든, 고용이 열쇠"라며 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놀 자리를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 방향은 잘 잡았다. 문제는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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