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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프리가 만난 사람 - 20대 주부의 반란 "온라인 쇼핑몰 1년 매출 1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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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프리가 만난 사람 - 20대 주부의 반란 "온라인 쇼핑몰 1년 매출 100억"

입력
2006.07.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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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패션몰 ‘핑키걸㈜(www.pinkygirl.co.kr)’ 대표 김소희(28)씨에게서는 ‘CEO’ 냄새가 나지 않았다. 500만원으로 1년 만에 100억원을 번 대박 패션몰 주인장이라니 화려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겉 모습은 소박했고 성격도 조용했다. 앳된 얼굴의 그는 4살 배기 딸을 둔 ‘지율 엄마’ 란다. 아기 엄마에게 어느날 갑자기 생긴 ‘용기’와 우유 값만 기대했던 사업이 대박 난 비결이 있을 텐데….

“핑크 빛 신혼 일기를 써야 할 새댁이 결혼 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기 시작했어요.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존재감을 잃었고, 꿈도 없었죠. 남편은 일 때문에 1년의 절반 이상은 집을 비웠고요.”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남편의 제안에 그날 따라 귀가 솔깃해졌다. 김소희씨는 ‘옷’이라는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살며시 잡아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밉고 야속하던 신랑의 한 마디에 힘을 얻어 패션몰 웹서핑을 시작하고 동대문시장도 둘러봤다. 남편 전광진(29)씨는 의욕 없던 아내가 ‘꿈’을 꾸기 시작하자 아내를 적극 도왔다. 전씨는 인터넷에서 당시 가입자 3,000명에 연매출 1,000만 원 정도 되던 패션몰 ‘핑키걸’ 을 찾아냈고 운영자를 만났다.

인수비는 400만 원이었다. 다음날 김소희씨는 남편과 함께 가서 계약서를 썼다. 당장 물건 사는 데 들어갈 비용을 빼니 돈이 없었다. 매달 25만원씩 내는 임대형식으로 했다. 찜찜하긴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첫술에 배부르랴. 20대 주부 김소희씨의 반란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처음부터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손해 안보고 아기 분유 값만 벌면 좋겠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라고. “그 동안 매출액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출액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면 아무래도 소신 있는 운영이 힘들어질 테니까요. 일단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거기에 보너스로 돈까지 들어오니 금상첨화죠.”

핑키걸의 컨셉은 평소 그가 즐기는 로맨틱 캐주얼로 정했다. 처음에 80만 원, 150만 원, 30만 원. 이렇게 세 번으로 나눠 동대문에서 물건을 샀고 당시 남편의 제주도 출장에 따라붙었다. 자신을 모델이 되고 남편은 사진기를 들고 쇼핑몰에 띄울 상품의 첫 촬영을 강행했다. 자신의 감각을 믿고 ‘믹스 매치’가 돋보이는 코디를 자유자재로 연출했다.

2004년 12월 7일, 드디어 첫 개시를 했다. 그런데 첫 물건 파는데 몇 주는 걸릴 것이라던 주변인들의 말과는 달리 올리자마자 트레이닝복과 탱크탑이 하나, 둘 팔려나갔다. 좋은 징조였다. 이렇게 시작된 첫 달 매출은 1,040만원. 분유 값이나 벌려고 시작된 인터넷 사업은 광고 없이 네티즌의 입소문만으로 커져갔다.

운영당시 회원수 3,000명에서 오픈 8개월 만에 큰 폭으로 성장, 지금은 하루 방문자수가 5만 명에 이른다. 불과 1년 6개월 만에 회원이 9만 명을 육박했다. 그 사이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고 김씨 사업에 합류했다. 이재에 밝은 전씨는 핑키걸㈜ 경영지원부 본부장으로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직원이 28명. 올1월 사무실도 130평 규모로 늘렸다.

“힘든 일이요? 왜 없었겠어요. 처음 거래처를 뚫는 데 엄청 애 먹었어요. 기존 단골업체를 보호하려고 물건 자체를 안 주는 거에요. 물건을 사려고 3일 동안 진을 치고 기다린 적도 있고요. 몇 달간은 여기저기서 영세한 쇼핑몰이라고 홀대 받았죠.” ‘핑키걸’이 인기를 끌자 짝퉁 사이트까지 생겨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결혼 전 조그맣게 옷 가게를 몇 차례 해 실패한 경험이 있는 그에게 온라인세상은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성격상 사람 대하는 일이 쉽지 않는 그에게는 제격이었던 것. 소심하던 그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면서 일중독자가 돼 버렸다. 휴가도, 밤낮도 없이 온통 옷 생각뿐이다.

“창피한 얘기지만 저는 하루에 얼마 버는 줄도 몰라요. 1년 매출도 사실 이번에 알았어요. ‘오늘 얼마 벌었다’는 신랑의 말보다 옷이 ‘예쁘고 너무 좋다’는 고객의 상품 후기가 제겐 더 큰 에너지를 줘요.”

겁 없이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 컴맹 아줌마 김소희씨. 그는 다른 평범한 ‘아기 엄마들’에게도 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도 또 한번 겁 없이 꿈을 꿔보려 한다. ‘핑키걸’로 20대에 인생 2막을 연 그의 인생 3막은 아무래도 더 짙은 핑크 빛으로 수놓아 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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