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관련 결의안에 포함된 북한에 대한 제재 내용을 속속 행동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은 대북 송금 금지 등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도 기존의 금융제재 강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의 확대에 결의안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미일의 신속한 움직임과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신중하고 사려 깊은 접근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한국으로서는 안보리에서 북한 결의가 채택된 마당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북한에 대한 미일의 압박이 강화하는 상황을 대책없이 따라가기도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미국의 테러와 WMD 확산 방지대책을 국제금융면에서 총괄하는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의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순방은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해 우방의 공조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한 목소리를 냈듯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데 있어서도 보조를 맞추자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안보리 결의에서 언급된 금융자원 북한 이전 금지 조항에 대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미 쌀, 비료 등 인도적 지원까지 중단한 마당에 추가적으로 조치할 부분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 반면 미국은 북한에 유입되는 모든 '현금'이 일단 감시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해서도 미국이 문제를 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레비 차관이 한국을 떠나면서 밝힌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측과 세계 금융부문을 WMD 확산, 돈세탁, 테러 자금을 포함한 불법활동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에 관해 견해를 공유했다"며 한국측의 공조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추가적 대북 압박 조치로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등으로 대표되는 금융제재의 강화가 거론된다. 이미 싱가포르나 몽골 등의 금융기관이 미국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과 관련된 국제적 컨테이너 운행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결의안 이행의 한 분야로 보고 있다.
북한이 1999년 미사일 발사유예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당시 해제했던 북한에 대한 무역제재를 복원하는 방안도 있다. 또 이미 세계 8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PSI에 의한 북한 관련 의심 선박 수색 등에 일본처럼 한국도 참여하라는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일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2일 "일본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북핵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북한이 추가적으로 반응하는 지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의 수순을 밟으려는 미일도 '엄포'만으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수 있으면 그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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