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58) 서울대 총장이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평교수’ 신분으로 돌아왔다. 정 총장은 19일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임기 내내 쌓인 숙제를 하는 학생처럼 허덕거렸다”며 “많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번민과 고뇌보다 즐거움과 보람이 더 컸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정 총장의 이임사에는 총장 직선제 이후 최초로 4년 임기를 채운 자부심보다는 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 자기성찰이 짙게 배어 있었다. 정 총장은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서울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편협한 엘리트주의와 작은 기득권에 집착해 자기개혁에 소홀했던 결과”라며 “자신의 학문을 사회전체가 아닌 나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남용한 적이 없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경제ㆍ교육정책을 비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정 총장은 떠나는 순간까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 총장은 교육문제를 거론하면서 “숙고를 동반하지 않은 이념적 편향을 버리고 수월성과 평등성이 조화를 이룬 교육, 생산적인 경쟁을 포용하는 교육의 정도를 찾아야 한다”며 고교 평준화를 고수하는 정부의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정 총장은 “강단으로 돌아가 연구에 전념하고 싶다”고 밝혔다. 교육 부총리 후보 등으로 거론될 때마다 “서울대총장과 견줄만한 직분이 없다”는 게 그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그를 차기대권후보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그의 바람대로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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