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지난 달 들어 하루 평균 100여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유엔이 밝혔다. 이는 미군이 2003년 바그다드를 함락한 후 가장 많은 사망자 수다.
18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유엔이라크 사무소는 민간인 희생자 보고서를 통해 “올해만 이라크에서 종교 갈등과 테러 등으로 1만4,338명의 민간인이 숨졌고, 지난 달 들어서는 하루 평균 1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엔관계자는 “폭력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 숫자는 지난해 여름부터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해 이라크 내 치안상태가 점점 악화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실제로 지난 1월에 1,778명이 폭력사태로 숨졌지만, 지난달에는 3,149명이 희생을 당해 6개월 만에 사망자 수가 77%나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라크 보건부와 바그다드시 중앙 시신소의 민간인 사망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후 처음으로 작성됐다.
민간인 희생자 급증은 이라크 내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교적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반면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의 통제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유엔 관계자의 분석이다.
실제 이라크는 지난해 1월 총선에서 다수파인 시아파가 의회를 점령하면서 소수파인 수니파와의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전 지배계층으로 군림했던 수니파의 저항이 거세 이라크 정국은 극도로 혼미하다. 시아파 성지 나자르 인근에 위치한 쿠파는 최근 수니파의 잇단 자살 차량 폭탄공격으로 양 종파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그 동안 지켜왔던 ‘암묵적 지역분할구도’마저 깨지며 자칫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은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이라크 정부 경찰들도 시민들에게 돌을 맞을 정도로 신뢰를 잃어 혼란상황이 쉽게 극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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