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위사업청장이 갑작스레 사임, 궁금증과 논란을 불렀다. 올해 초 출범한 방위사업청을 맡은 그는 4월 해외출장 때 국내 방산업체 관계자들과 골프를 친 것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았고, 6월 출장 때는 방산업체 근무 군 동기생에게서 6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은 것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석연치 않은 터에, 공중조기경보기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배경이라는 말이 들리는 것은 걱정스럽다.
그의 사퇴가 자의든 타의든 순전히 부적절한 골프와 돈 봉투 때문이라면 길게 논란할 일은 아니다. 총리의 골프파문에 이어 국가청렴위가 직무관련자와의 골프금지 지침을 내린 마당에 누구보다 조심해야 할 이가 이를 어긴 것은 문제다. 게다가 돈 봉투까지 받은 것은 업계와의 유착비리가 끊이지 않은 방위사업의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기구의 책임자로서 본분을 저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가뜩이나 논란 많은 조기경보기 기종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진짜 사퇴이유라는 뒷말이 나오는 상황은 걱정스럽다. 그토록 정부 내 이견과 갈등이 크다면, 무려 2조원이 들어갈 사업이 올바로 진행되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 보잉과 이스라엘 엘타사가 경합한 조기경보기 도입사업의 경과와 타당성을 깊이 살필 계제는 아니다. 다만 일부 언론이 가세한 논란에서 군과 방위사업청이 성능이 앞서는 미 보잉사 기종에 기운 반면, 청와대와 국방부는 성능은 약간 뒤지지만 값은 훨씬 싼 이스라엘 쪽을 막바지까지 함께 저울질하는 것으로 비쳤다. 여기에는 대미의존 탈피라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래서 정책 결정권자의 의중에 반한 김 전 청장이 사퇴압력을 받았으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렇게 볼 때, 사퇴 파문의 시비를 섣불리 가리는 것은 삼갈 필요가 있다. 다만 정부는 기종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할 책임이 한층 커졌다. 그래야 국민의 의혹을 해소, 최종 결정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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