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퇴임하면서 학교와 사회에 대해 고심의 철학이 담긴 발언을 했다. 서울대를 세계 100대 명문대 반열에 올리고 대학 자율화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진력해온 것으로 평가되는 그의 퇴임사는 귀담아 들을 만 하다.
그의 말대로 우리 사회 지식인들에 대한 인식이 아무리 낮아져 있거나 냉소적이라 해도 서울대 총장은 우리나라 최고학부를 이끄는, 사회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라도 그러하다.
정 총장은 지식인으로서의 학문적·사회적 책무와 함께 학생들이 길러가야 할 리더십을 강조하는 한편, 우리 교육의 앞날을 우려하면서 나름의 방향을 제시했다. 우리는 섣부른 이념적 편향을 버리고 수월성과 평등성이 조화를 이룬 교육의 정도(正道)를 찾아내야 한다는 방향 제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극히 당연하고도 원론적인 언급이 새삼스럽고도 가치있게 들리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교육현실이 정상궤도를 이탈해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어떤 논리로 변명하든 평준화 고수정책은 교육 자체보다는 정치적·이념적 동기가 더 크게 작용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냉정하게 보아 평준화교육의 목표는 이미 넘치게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
대학진학률 80%를 넘긴 우리 사회에서 국민 전체를 일정 수준의 교양인으로 길러내는 것이 목표인 평준화 교육의 강조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 이제는 탄탄한 교육저변을 바탕으로 국가사회를 책임질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우수인력의 사회적 비율로 보아도 자율경쟁 시스템을 통한 수월성 교육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것은 이미 선택사안이 아니라 국가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타성에 빠진 평준화 교육과 그에 따른 공교육의 부실이 교육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미래를 가름할 교육은 정권의 이념이나 정치적 목적 따위로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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