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가 한국 자동차 산업을 벼랑 끝으로 떠 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환율 하락 및 국제 유가 상승,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합종연횡 등에 따라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자동차 노조는 제살 깎아먹기 식의 '배부른 투쟁'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달 26일 부분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이날 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부분 파업에 들어가며 사실상 자동차 업계가 파업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자동차 업계의 국내외 환경이 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자동차 산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악재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먼저 국내 자동차 업계는 연초부터 환율하락으로 채산성 악화에 시달렸다. 특히 최근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중인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황은 더욱 긴박하다. GM과 르노-닛산이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도요타와 포드 등도 서로 살 길을 모색하는 등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는 최근 급격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처해 있는 셈이다.
더구나 GM과 포드 등은 대대적인 인력 감축과 공장 폐쇄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도 국내 자동차 노조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쓰기보다 과도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지난해 10조원 이상의 순익을 올린 도요타 노조는 올해도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키로 해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조의 요구와 투쟁 방식이 회사에서 용인할 만한 수준을 벗어난 데에서도 곱지 않은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의 4.4% 임금 인상안 제시해도 불구하고 임금 9% 인상과 급여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차세대 프리미엄 승용차로 주목받고 있는 'BH'(개발 프로젝트명) 공장을 짓겠다는 회사에 대해서 노조원의 주차장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새로운 생산 라인이 생기면 일자리도 더 많아지는 만큼 오히려 환영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
2시간만 근무하며 '부분 파업'을 하고 있다고 생색내고 있는 것도 노조원들이 통상 평상시에 10시간을 근무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전면파업'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주가 파업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노사간 이견이 많아 조기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도 이날부터 광주공장에서 부분 파업에 돌입하는 등 20일까지 화성 및 소하리 공장에서 하루 2시간 순차적인 부분 파업을 전개한 뒤 사측과 본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조는 ▦기본급 대비 임금 10만6,221원 인상 ▦성과급 300% ▦상여금 100%인상 ▦정년 62세로 연장 ▦과장급까지 조합원 인정 등을 내세우고 있다.
대주주인 상하이차와 감원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쌍용차 노조도 14일에 이어 이날 평택ㆍ창원 공장 등 전 작업장에서 두번째로 파업에 돌입, 생산라인이 대부분 중단됐다.
쌍용차 노조는 기본급 대비 10.5%(약 13만원)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임금 동결과 함께 잉여인력 감축 문제를 다루자고 요구,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14일 하루 동안 부분 파업을 했던 GM대우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추가 파업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노조의 파업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생산 차질로 인한 막대한 손실도 예상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여름휴가까지 겹쳐 하반기 실적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고유가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해 수출을 늘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노조 파업이 갈길 바쁜 자동차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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