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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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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복날

입력
2006.07.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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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이 겨울철 남쪽 하늘에서 빛나는 시리우스(Sirius)로, 동양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이라고 부른다. 시리우스는 큰 개 자리의 가장 밝은 별로 지구로부터 8.7 광년 떨어져 있다고 한다.

이 별은 삼복(三伏) 기간이 되면 태양과 함께 떠서 함께 진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삼복 때 특히 더운 것은 태양의 열기에 별 중에서 가장 밝은 시리우스의 열기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일년 중 가장 더운 이 기간을 ‘dog’s day(개의 날)’라고 불렀다.

■ 삼복은 음력에 태양력의 개념을 적용해 생긴 속절(俗節)이다.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이라 하여 삼경일(三庚日)로도 불렀다.

경일이란 60갑자에서 庚자가 들어간 날로, 10일 간격으로 돌아온다. 한자어 복(伏)을 두고 사람(人)과 개(犬)가 합쳐진 것으로 보아 개고기와의 연관성을 찾기도 하나, 엎드리다 항복하다는 뜻과 함께 감추다 숨다라는 뜻이 있는 걸 보면 큰 개 자리의 별들이 태양과 함께 떠서 지면서 태양의 밝은 빛 속으로 존재를 감추거나 숨어 버린다는 뜻이 있음을 짐작케 된다. 동서양 모두 삼복 더위는 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묘하다.

■ 동국세시기에 ‘사기(史記)에 진덕공(秦德公) 2년 삼복 제사를 지냈으며 성 4대문 안에서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개와 관련된 풍습은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곡식이 나기 전 몸이 허하기 쉬운 계절이라 민간에서는 몸을 보하기 위해 계삼탕(鷄蔘湯)과 구탕(狗湯)을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동의보감에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액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도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했다.

■ 조선시대 삼복 풍습은 매우 다양해 궁중에서는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관의 장빙고(藏氷庫)에서 얼음을 타 가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여름과일을 즐기고, 어른들은 술과 음식을 장만해 산간계곡으로 들어가 탁족(濯足)을 하고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며 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태풍 에위니아에 뒤이어 내습한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내일이 초복이다. 폐허로 변한 수해 현장의 이재민들에게 삼복의 풍습은 사치스런 기억이 되고 말았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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