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미술 시장을 어지럽힌다며 불만을 터뜨려 온 화랑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 해결책 찾기에 나섰다. 1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술 시장에서 화랑과 경매의 역할’ 토론회가 그 자리. 한국화랑협회와 한나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 행사에는 화랑과 경매사 관계자, 평론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발제자로 나선 박우홍 동산방 화랑 대표는 “대형 화랑이 경매사의 대주주로 참여해 화랑과 경매 양쪽에서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대형 화랑의 경매사 지분을 제한하는 등 경매사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규를 제정해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옥션은 가나아트센터가, K옥션은 현대화랑이 대주주다.
미술 평론가 장동광 씨도 “대형 화랑이 직접 경매사의 운영을 주도하는 체계로는 경매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면서 화랑과 경매사의 분리를 주장했다.
장 씨는 또 “공존 공생해야 할 경매사와 화랑이 서로 주도권을 다투는 모양이 된 오늘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국내 미술 시장 구조가 취약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 “이를 해결하려면 경매 규정의 정비, 전문 인력 양성, 공신력 있는 감정 기구를 통한 신뢰 회복, 화랑의 경쟁력 확보, 미술 관련 자료의 데이터 베이스 구축 등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날 토론에서는 “국내 미술 시장이 좁은 데 비해 경매가 너무 잦아서 작가와 작품, 고객을 경매사가 다 가져가는 바람에 화랑이 죽어간다”는 볼멘 소리도 나와, 경매 횟수 제한 등의 대책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김순응 K옥션 대표는 “경매사는 엄연히 사기업인데 영업 횟수를 제한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반박하면서 “화랑이든 경매든 시장의 흐름에 맡기는 게 순리이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행사는 경매의 급성장에 상대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화랑들의 대응이었다. 실제로 토론 과정에서는 화랑과 경매의 바람직한 역할 분담을 통한 미술 시장의 발전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논의는 공전하며 양자간의 입장 차이만 새삼 확인했다는 평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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