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제재결의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일본 정부가 막판에 유엔헌장 7장이 삭제된 비난결의안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도쿄(東京)의 소식통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三晋) 관방 장관은 결의안 채택 직전까지도 외교 담당자에게 “일본안을 결코 양보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도 “중국이 (일본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단언하는 등 강경자세를 견지했다.
그러나 외교적 해결을 염두에 두고 있던 미국의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베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까지 온 것도) 일본 외교의 위대한 성과이며 승리”라고 칭찬하며 일본의 양보를 요구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결국 주무 장관인 아소 장관은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비난결의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란과 중동 문제 등으로 강경 일변도의 행보가 거북했던 미국은 당초 북한 결의안의 채택을 위해 “일본이 전면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소식통은 이와 관련, “결국 일본은 미국의 의도대로 잘 움직여 주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소식통은 일본이 강경책을 펼친 것은 복수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고도의 외교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거부권 행사로 인한 중국의 고립까지 염두에 두며 결의안의 표결을 관철시키려 했고, 상황이 변화하자 협상 전략으로서의 강경책을 견지했다는 것이다.
한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11일 중동 순방을 위해 출국하며 아베 장관과 아소 장관에게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끝까지 버티라”라고 지시했다고 17일자 산케이(産經)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존 볼튼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게 “고이즈미 총리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비난 결의안이 채택이 성공하게 된 최대 요인은 고이즈미 총리와 부시 대통령이 쌓아온 미일 간의 우정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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