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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미인사관학교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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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미인사관학교를 가다

입력
2006.07.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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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TV 앞에 앉아 넋 놓고 세계 미인 대회를 보면서 나름대로 순위를 매겨볼 때마다 궁금했던 것. 왜 예쁜 여자들은 모두 베네수엘라 국적인 걸까. 어쩐지 베네수엘라에 가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여자들도, 청소부 아주머니도, 푸줏간 할머니도 모두 다 미인일 것 같은 착각이 들었던 건 미인 대회를 즐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유소년기의 경험이다.

지난 20년간 미스 월드 5명, 미스 유니버스 4명을 배출하며 전세계에 ‘미인 공화국’으로 각인된 나라 베네수엘라를 집중 취재한 KBS1의 수요 기획 ‘미인은 만들어진다 - 베네수엘라 미인 사관 학교’가 19일 밤 11시 40분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우선 세계 미인 대회 수상자의 90% 이상을 배출하며 꿈의 미인 사관 학교로 불리는 ‘낀따 미스 베네수엘라’의 교육 현장을 찾아가 왜 이곳이 세계 최고의 미인 양성소가 될 수밖에 없는지 그 원인을 분석한다. 현재 2006 미스 베네수엘라 대회에 참가할 33명의 미녀들은 이 곳에서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신체 각 부위에 대한 가혹한 지적을 받으며, 각자의 몸매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맹훈련하고 있다.

일단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미스 베네수엘라’의 꿈이 절반은 이루어진다는 ‘낀따 미스 베네수엘라’의 입학 경쟁률은 수천대 일 이상. 제작진은 이 곳에 가장 많은 교육생을 합격시킨 모델 에이전시 ‘쏠로’를 통해 이들의 치열한 오디션 현장을 생중계하며, 베네수엘라가 미인을 만들어내는 노하우를 들여다본다.

하지만 이 곳의 미인들이 모두 ‘선천적’ 미인인 것은 아니다. ‘낀따 미스 베네수엘라’의 교육생 33명 중 성형을 하지 않은 교육생은 단 한 명. 세계적 수준의 미인이 되기 위해 온 몸을 깎아내는 전신 성형도 불사하는 이들이지만, 베네수엘라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 덕에 이들에 대해 비판하거나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베네수엘라의 여성들이 미인 대회에 대한 지독한 욕망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제작진은 빈곤 탈출의 꿈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전체 인구의 90%가 빈민층인 베네수엘라에서 ‘미인’이라는 공식적인 인정은 부와 명예를 보장 받는 최고의 자격증이자 기회로 기능, 빈곤에서 벗어날 유일한 통로가 된다.

제작진은 "베네수엘라의 미인 양성 캠프들은 내일의 미스 월드를 키워내며 미인 사관학교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여성의 상품화를 부채질하고 성의 왜곡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며 “미에 대한 끝없는 욕구만큼이나 미인 공화국에 드리워진 그림자도 깊고 어둡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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