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충돌은 과거와는 양태가 다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7일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자국 민간인이 희생당할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공격 수위를 적절히 조절했고 이슬람 무장단체는 이스라엘로부터의 감당하기 힘든 보복과 민심 이반 등을 우려해 이스라엘 영토는 건드리지 않았다”며 “이번 전쟁은 이런 불문율을 깨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두 지도자의 욕심이 놓여있다.
헤즈볼라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45)는 지난해 까지만 해도 아랍권 내에서‘이슬람 무장단체의 모범 지도자’로 꼽힐 정도로 잘 나갔다. 헤즈볼라는 2000년 수 십년 동안 남부 레바논을 사실상 지배했던 이스라엘을 내쫓고 그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14석을 얻어 제도 정치권에도 진입했다.
하지만 미국과 프랑스가 2004년 헤즈볼라의 후견인인 시리아를 레바논에서 축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559호를 계기로 발목이 잡혔다.
이 결의는 레바논을 친 시리아와 반 시리아로 갈라 놓았고,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와 중동 민주화를 외치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헤즈볼라는 민심으로부터 멀어졌다.
결국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충돌이라는 카드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려 한 것이다. ‘인질 납치’라는 고전적 방법으로 이스라엘을 자극한 뒤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을 하고 이로 인해 레바논 국민이 목숨을 잃으면 “레바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며 여론의 지지를 얻는 동시에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잦아들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핵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이란 등과 함께 손잡고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이슬람권에서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재래식 바주카포만 썼던 헤즈볼라가 이란의 든든한 지원으로 급성장한 전투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헤즈볼라는 이란으로부터 사정거리 72km 파자르 미사일을 지원 받아 실전에 쓸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나스랄라 역시 “우리는 하이파까지, 그 너머 까지 쏠 수 있다”고 장담해왔다.
헤즈볼라의 반대편에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자리잡고 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하기 전까지 올메르트 총리는 올해 초 집권 후 최대 위기였다. 앞서 자국 병사가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지 3주가 넘도록 석방에 진전이 없자 야당을 중심으로 “군대 경험이 없는 신출내기 총리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비난이 거셌다. 게다가 국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과 요르단강 서안의 보안 장벽 설치를 밀어붙인 것도 ‘안보를 위해 적절한 것인가’라는 논란을 불렀다.
이런 차에 터진 헤즈볼라의 도발은 올메르트 총리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강하게 밀어붙여 민심을 다시 얻는 동시에 골칫거리를 없애겠다는 이중 포석이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지금 상황이 올메르트 총리에게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전면전을 선언한 마당에 헤즈볼라를 확실히 꺾지 못하면 “국민들만 희생시키고 얻은 게 없다”는 비난을 각오해야 하고 정치생명 역시 끝날 지 모른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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