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파5)에서 열린 연장 세 번째홀. 김미현의 서드샷은 홀 왼쪽 5m가 넘는 지점에 떨어졌고, 나탈리 걸비스는 홀 2.7m에 붙였다. 걸비스의 유리한 상황. 그러나 김미현의 회심의 버디 퍼트가 홀속으로 빨려 들어간 반면 짧은 거리의 걸비스의 버디 퍼트는 홀을 외면하면서 김미현이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슈퍼 땅콩’ 김미현(29ㆍKTF)이 연장 접전 끝에 역전 우승, 시즌 2승을 올렸다. 김미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메도우스골프장(파71ㆍ6,40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제이미파 오웬스코닝클래식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로 나탈리 걸비스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세 번째 홀 버디로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 5월 진클럽스 앤드 리조트오픈 우승으로 4년여 만에 정상에 올랐던 김미현은 이로써 2002년에 이어 한 시즌 2승 고지에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통산 7승을 거둔 김미현은 우승 상금 18만 달러를 받아 상금랭킹 4위(101만4,724달러)로 뛰어 올랐다.
김미현의 우승으로 한국낭자군은 올 시즌 LPGA투어 18개 대회에서 5할 승률인 9승을 합작, 시즌 최다승이었던 2002년과 타이를 이뤘고 사상 첫 시즌 두 자리수 우승을 눈앞에 두게 됐다.
김미현은 작년까지 4차례 연장전에서 1승3패로 약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것도 최종 라운드에서 7번홀까지 4타차까지 뒤지다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가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걸비스와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김미현은 2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앞서 나갔지만 걸비스가 3~7번홀에서 5개홀 연속 버디 행진으로 4타차까지 벌어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8~10번홀 연속 버디로 응수한 김미현은 16번(파4), 17번홀(파5) 버디로 후반 파행진에 그친 걸비스를 따라 잡으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나란히 6언더파 65타를 친 김미현과 걸비스는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관록의 김미현이 롱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미현은 “잊혀져 가는 김미현이 되기 싫었다. 한국골프 1세대인 박세리와 내가 이대로 주저 앉기 싫었다”면서 “우리가 잘 되야 후배들도 잘 된다”고 말했다. 시즌 2승을 거둔 김미현은 “여태껏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는 것이 항상 머릿 속에서 맴돌곤 한다. 하반기 남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미현과 걸비스에 1타 뒤진 3위로 경기에 나선 박세리는 이날 5타를 줄이는데 그쳐 선두추격에 실패, 폴라 크리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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