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팔 굽혀 펴기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60회, 하루에 200회나 합니다. 체력은 지금도 자신 있습니다.”
1960~70년대 아시아 영화 관객을 사로 잡았던 홍콩 배우 왕위(王羽ㆍ63)가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마련한 특별전 행사 참여를 위해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왕위는 1967년 발표된 영화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로 일약 아시아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리샤오룽(李小龍), 청룽(成龍) 리롄제(李連杰) 등에 앞서 무협영화를 세계 영화계에 알린 홍콩 출신 ‘월드 스타’의 원조. 당시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왕위의 영화를 보고 한 팔을 옷 속에 감춘 채 나무 칼 하나씩 들고 다니는 것이 유행했을 정도로 국내에도 그의 팬이 많았다. 75년 이후 영화 출연이 뜸했던 그는 현재 대만 타이페이(臺北)에 거주하며 무역업에 전념하고 있다.
8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해 ‘외팔이 검객’의 이미지를 영화 팬의 뇌리에 각인시킨 왕위지만, 요즘 액션영화 가운데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은 없다고. 유명 액션 배우 대부분이 제대로 된 무술을 직접 연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최근 홍콩의 후배 액션 배우들에 대한 따끔한 비판도 감추지 않았다.
“청룽, 리롄제, 홍진바오(洪金寶) 등의 연기는 인정하지만, 그 아래 세대의 액션은 인정 못해요. 청룽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대역을 많이 쓰더군요. 다리를 다친 리롄제도 위험한 장면을 최대한 피하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쿵푸 허슬’처럼 대역을 쓰는 액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몸을 사리지 않아야 진정한 액션”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75년 ‘홍콩에서 온 사나이’ 촬영장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아찔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10층 건물 높이에서 행글라이더 비행 연기를 하다 떨어져 두 달간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청바지가 다 뜯겨져 나갈 정도였으니 죽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죠. 지금도 그 후유증 때문인지 허리가 불편해요.”
그는 최근 한국영화의 발전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20여년 전 한국 액션영화는 보잘 것 없었습니다. 지금은 전 장르에 걸쳐 대단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어제 TV 드라마 ‘연개소문’을 봤는데 너무 멋있는 액션들이 나오더군요. 한국 영상문화의 수준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외손녀, 외손자와 전화 통화하는 것이 낙”이라는, 영락없는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영화에 대한 의욕은 여전히 청춘이다. “1930년대 혼란스런 중국 대륙을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다양한 무기와 액션이 등장하는데 내년 촬영이 목표입니다. 나이가 있어 주연은 못하겠지만 메가폰은 제가 들 겁니다.”
부천=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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