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을 부실하게 쌓았으니 무너진 게 아니겠습니까?”
16일 안양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침수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2동 일대 주택가는 무릎까지 차는 흙탕물을 헤치며 오가는 주민들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어린이들은 역류하는 흙탕물 속에서 책가방 등을 옮기느라 분주했고, 어른들은 라면박스와 옷가지 등 생필품을 챙겨 인근 대피소로 향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주택가가 아예 물바다로 변할 경우에 대비, 500여 세대를 대상으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물난리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건 5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8분께 양평2동 양평교 부근 안양천 둑에 균열이 생겨 폭 3m 정도의 둑이 유실돼, 둑과 맞닿은 지하철 9호선 건설 공사 현장으로 하천물이 쏟아져 들어갔다.
균열은 정오 무렵 폭 10m의 거대한 수로로 변했다. 이에 따라 지하철 9호선 양천역∼당산역 2㎞구간이 한때 모두 물에 잠겼으며 하수도가 역류하면서 양평2동 저지대 주택은 물에 잠겼다.
“제방이 유실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일대는 실제 상황을 파악하거나 생필품을 구입하려는 주민들과 자동차, 복구에 나선 공무원, 공사 관계자들이 뒤얽히면서 순식간에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9시30분 주민 대피령을 예비하달한데 이어 오전 11시40분 500세대에게 대피령을 발동했으며 1시간 뒤에는 추가로 700세대에 대피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하철 공사 현장과 맞닿은 둑에 균열이 생기자 관계자들이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응급조치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날 유실된 제방은 2001년 지하철 공사로 허물었다 올해 4월 콘크리트로 복구했다. 주민 김모(44)씨는 “안양천은 침수사고가 빈발하는 곳인 데 공사장 인근을 철저하게 점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복구한 제방이 또 무너지는 후진국형 재난에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양천을 가로질러 양평동과 목동을 잇는 지하철 9호선 공사를 위해 제방을 텃다가 복구한 것은 사실”이라며 “제방이 수압을 견디지 못해 터진 것은 맞지만 제방 복구공사가 잘못된 탓인지는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덤프트럭과 포클레인 300여대를 동원해 토사와 나무들을 쏟아 부으며 물막이 공사에 나서 오후 6시10분께 제방을 임시 복구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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