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포로의 인도적 처우를 규정한 제네바 협약은 교전 중의 전투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법이다. 스위스인 앙리 뒤낭의 제안으로 전장의 부상자와 구호 요원의 보호를 규정한 1864년 적십자 조약을 시초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국제적으로 확립된 인권보호 장치다.
규정들은 정규군에게 적용하게 돼 있었으나 1977년 전쟁에 참가한 게릴라 대원에게도 전투원 자격을 부여하도록 새 규정을 두었다. 무기를 버린 전투원, 질병 부상 억류 등으로 전투력을 상실한 경우에 살해나 억류, 가혹행위, 고문 등을 금지토록 하고 있다.
■전투원이란 지휘관의 명령 통제 아래 식별될 수 있는 복장을 갖추고 정해진 법 규정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는 정규 및 비정규군을 의미한다. 이들 포로에게는 인도적 대우를 할 것과 정식 재판 절차를 거칠 기회를 보장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포로의 인권을 위한 규정들은 꽤나 상세하다.
포로들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 고문이나 강압을 가하지 못하며 답변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협박이나 모욕, 불리한 대우를 금지토록 했다. 또 수용소의 청결, 전염병방지를 위한 위생조치, 장교 계급에 대한 대우, 포로의 노동에 대한 적정 임금까지 규정하고 있다.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이 쿠바 관타나모 기지 등 전 세계 기지에 수감 중인 ‘테러와의 전쟁’ 포로들에 대해 제네바 협약을 적용키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은 새로운 적을 상대로 한 새로운 종류의 전쟁이라서 새로운 전쟁 규칙에 따라 수행한다고 선언, 알 카에다 용의자들은 ‘불법 전투원(unlawful combatants)’으로 간주됐었다. 2002년 2월 대통령 지시메모는 포로의 인도적 처우를 규정한 제네바 협약 제3조가 알 카에다와 탈레반 용의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 갖가지 가혹행위들에 대한 근거를 제공했다.
■관타나모 기지에서 수감자들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가 구체적으로 알려진 적은 없다. 그러나 2004년 5월 이라크 포로수용소 아부그라이브에서 미군 병사들이 자행한 가혹행위들이 폭로되면서 관타나모 기지에도 의혹이 쏠렸다.
가혹행위들을 동원한 심문기법이 당초 관타나모에서 개발돼 이라크 포로들에게도 적용됐다는 추측들이다. 2002년 대통령 메모에서 정반대로 후퇴한 이번 조치는 정부의 월권을 나무란 지난 달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한 것이지만 이젠 테러와의 전쟁에서 한숨 돌리는 모양인 것 같기도 하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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