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진노했다. 이 대법원장은 14일 법조브로커 김홍수씨의 비리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단호한 어조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판사 뿐 아니라 수사 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판사들의 명단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특히 김씨의 주소록 수첩에 전ㆍ현직 판사 25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 대상이 늘어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대법원장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문제가 드러난 판사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대법원장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변현철 공보관도 “대법원장은 언론 보도를 보고 매우 침통해 하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며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면서 법원이 할 일이 있다면 단호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판사들은 이구동성으로“대법원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법관들의 도덕성을 수 차례 강조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일단 판사들의 이번 사건이 터진 근본적인 원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윤리감사관실 주도로 조사에 착수, 거명되는 판사에 대해 징계 혐의가 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사법부 고위 법관들도 단호한 처벌을 주문했다. 사법부의 판결을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극히 일부 판사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사법부 전체가 비리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며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판사들을 위해서라도 환부는 도려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법의 다른 부장판사도 “법원 일각에서 반발 목소리도 있는데 고법 부장판사가 아니라 그 위라도 혐의가 있다면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검찰 수뇌부도 분위기는 법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사상 최악의 법조비리가 불거진 데 대해 침통해 하면서도 매우 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찬우 대검 홍보담당관은 “수사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사건에 전ㆍ현직 검사가 연루됐기 때문에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의 충격이 매우 크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은 그러나 법원과 경찰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혐의가 드러난 ‘자기 식구’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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