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람들은 “신은 영국인”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한다. 오만에 가까운 자부심을 저보다 더 잘 나타낸 예가 또 있을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영국병’이란 비아냥도 엄존한다. 그들의 무기력함, 느린 동작, 방임적인 태도를 뭉뚱그린 말이다. 비록 미국과의 연합군이라는 형태이긴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가까이는 이라크 전쟁 때 현대 세계사의 전면에 대두했던 영국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책은 환경, 몸, 신화, 정신 등 4가지 테마에 따라 영국의 본질을 해부한다.
미국에 엉클 샘이 있다면, 영국은 존 불이다. 그는 가장 영국적인 상징이다. 실크 햇을 쓰고 나타나 “영국의 영광을 기억하라”고 채근하는 풍채 좋은 그 남자는 잉글랜드의 말수 적은 중간 계급을 대표한다. 존 터너 등 거장들의 그림에는 그가 꿈꿨던 ‘전원적 잉글랜드’가 살아 있다. 이어 책은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대니얼 디포와 어깨를 나란히 해 18세기의 영국을 주유한다.
영국은 스포츠를 발명한 나라다. 크리켓, 축구 등 영국산 스포츠의 문화적 함의를 파고 들어가던 책은 남자다움의 문화와 공존한 위선의 문화가 동성애 같은 역기능을 낳기도 했음을 지적한다. 엄연한 사실은 그들이 아서 왕과 로빈 후드라는 두 영웅에 의해 단단히 결집돼 있는 공동체라는 점이다. 현대에 와서 영국의 구심력은 처칠 수상이라는 위대한 인물이 담지(擔持)했다. 처칠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한 책은 수많은 문제에도 불구, 영국의 정체성은 조지 오웰 같은 지성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영국의 미래는 더 평등하고 혼성적인 연합국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달려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결론이다. 지은이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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