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아이가 아파 누워 있어요. 빨리 비켜 주세요" "약속시간늦었어요, 좀 보내줘요" 한미 FTA 반대 집회가 열린 12일 저녁
서울 종로구청 앞. 잠시 일을 보러 나온 동네 주민들과 빗속에 퇴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이 길을 가로막은 경찰과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시위대도 아닌데 왜 막느냐는 항의는 꿈적도 않는 경찰의 방패에 막혀 되돌아왔다. 비슷한 시각, 서울 세종로에는 10차선이 넘는 도로가 텅 비어있었다. 반면 T자로 연결된 율곡로는 갈 길을 찾지 못한 차량이 서로 뒤엉켜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청진동, 수송동 등 광화문 인근 이면도로에는 노선을 벗어난 버스가 골목길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수만명이 도로를 점거한 상황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의 시위대응 방식을 나무랄 수는 없다.
집회 신고 범위를 벗어나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을 강행하려는 시위 관행은 고쳐져야 하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질서유지를 통해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 하는게 공권력의 기본 임무임을 되새긴다면 이날 경찰의 행동은 과잉통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경찰은 13일에도 협상이 열리고 있는 서울 신라호텔 앞에 모인 겨우 몇 백명의 시위대를 막기 위해 동대문에서 퇴계로, 을지로에 이르는 주변의 모든 길을 통제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시민불편의 화살을 시위대의 책임으로 몰아, 높아 가는 한미 FTA 반대 여론을 잠재워 보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시위대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시민 불편만 가중시키는 작금의 원천봉쇄식 대응은 재고해 볼 때가됐다.
최흥수 사진부 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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