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 문제가 북한 미사일 사태와 비슷한 행로를 걷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12일 파리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이란핵 문제를 안보리에 다시 회부키로 하는 내용의 공동선언서를 채택했다.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6개국의 포괄적 핵 협상안의 수용 여부를 15일 개막하는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전까지 밝히라는 요구를 이란이 거부한데 따른 것이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 협상대표는 11일 유럽연합(EU)의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정책 대표와의 회담에서 협상안 수용여부를 다음달 22일까지 제시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필립 두스트_블라지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은 우리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암시를 전혀 주지 않았다”면서 “안보리로 되돌아가 2개월 전 유예한 절차를 다시 취하는 것 외에는 선택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두스트_블라지 장관은 이어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요구한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유엔헌장 7조 41항에 따른 조치를 추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헌장 7조 41항은 군사제재를 제외한 경제ㆍ외교적 제재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제재 방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했다는 점이다. 이는 양국이 이란의 거듭된 지연전술로 인해 이란을 옹호할 명분을 상당부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선언서 채택을 미국의 외교적 승리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안보리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로 밀어붙이겠다는 자세다. 존 볼튼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2일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에 대한 강제성을 담은 안보리 결의안을 내주 초 표결에 붙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의안이 안보리를 통과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중국과 러시아가 원칙적으로 제재안에 강력 반대하고 있고, 이란 정부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최종 수순을 밟기 전에 입장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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