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로커 김홍수씨가 관리한 법조계 인사명단과 다이어리가 수사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본보가 입수한 김씨의 수첩 명단에는 판사 25명, 검사 20명, 검찰수사관 20명, 경찰 15명이 포함돼 있다. 법원인사로는 고법 부장판사에서 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일선 판사까지 총 망라돼 있다.
검찰에선 검사장급과 부장 검사급 인사들이 포함돼 있고 검사 못지않게 수사관들도 김씨의 주요 로비 대상인 것으로 명단에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수사과정에서 이름이 전혀 거론되지 않은 인사는 줄잡아 60여명. 이들에게 의혹이 확산될 경우 수사는 의외의 결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이 명단은 김씨 스스로 밝힌 ‘판·검사 등 법조계 인사 60∼70명을 돈으로 관리했다’는 주장과 맥이 닿는 것이다. 김씨는 때가 되면 이들과 관련된 내용을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김씨가 다이어리에 법조계 인사와 만난 내용을 조목조목 기록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수첩 명단에 오른 인물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을까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돈을 준 사람, 정황 등에 대해 수첩에 적어 왔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이 중 입수한 2005년 다이어리에 의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의 입을 열게 하거나 기억을 되살리도록 하는 것이 주소록 명단과 다이어리라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밤색 표지의 일반 교과서 크기인 2005년 다이어리에는 날짜별로 김씨가 접촉한 인물, 시간, 장소, 전달 액수, 목격자까지 상세히 적혀 있다. 검찰은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법조인 가운데 대가성이 있는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된 10여명을 우선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2004년 이전 다이어리는 모두 폐기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우에 따라 제2, 제3의 살생부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법조계에선 김씨의 다이어리는 곧 ‘법조인 살생부’로 로 통하고 있다.
검찰 수사의 또 다른 원군은 김씨의 입. 평소 돈으로 관리한 법조계 인사에 실망한 김씨는 기억을 떠올려 2004년 이전의 정황을 적극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김씨의 입이 법조인 수십 명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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