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 출신인 김홍수(58)씨는 서울 강남에서 카펫 수입회사를 운영했다. 개당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이란산 고급 카펫을 팔아 상당한 재산을 축적했다. 이때만 해도 ‘법조 브로커’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사업가였다.
그의 법조계 인맥은 사법시험 22회 출신들을 통해 형성됐다. 동향이면서 초등학교 동창인 P검사(현 변호사)와 평소 가깝게 지냈다. P씨는 청와대 고위직을 지내기도 했다. 1990년대 초 P씨는 김씨를 탈이 없을 친구로 여겨 아무 사심 없이 사법시험 동기이자 고교 후배인 S검사(현 변호사)에게 소개해 줬다. S씨는 다시 사법시험 동기인 J판사(현 고법 부장판사)에게 김씨를 소개했고, S씨와 J씨의 제자, 후배들과 식사ㆍ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알음알음으로 검찰, 법원 내 인맥을 넓혀갔다.
판ㆍ검사들의 술값을 대신 내주기도 하고 이들이 근무지를 옮길 때면 두둑한 전별금을 챙겨줬다. 휴가비로 500만원을 덥석 건넬 정도로 그에겐 탄탄한 재력이 뒷받침됐다. 김씨는 이내 ‘김 회장’으로 통했다.
그의 명품 카펫도 판ㆍ검사들과 친분을 유지하는 데 유효한 수단이 됐다. 유력 인사들에게 카펫을 선물하는가 하면, 고급 카펫이 전시된 자신의 사무실에 이들의 부인까지 초대해 부인들의 환심을 샀다는 후문도 있다.
김씨가 ‘브로커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주위 사람들의 부탁을 하나하나 들어주면서부터라는 게 검찰측 설명이다. 마당발 인맥을 통해 ‘해결사’로서의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고 이 같은 김씨의 ‘명성’은 브로커들 사이에서 금방 입소문을 탔다. 곧 김씨 주변에는 수사 대상으로 올랐거나 법정 다툼에 휘말린 브로커들이 돈을 들고 모여들었다. ‘아마추어 브로커’가 진정한 브로커들 위에 군림하는 순간이었다.
얼마 전까지 서초동을 들썩이게 한 윤상림(구속 기소)씨가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며 찾아가 사기 행각을 벌인 ‘허세’ 스타일이라면, 김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아 스스로 모여들게 만드는 ‘실세’ 스타일이었다는 게 주변 전언이다.
김씨는 하이닉스 주식을 불법 거래한 금융 브로커 박모씨한테서 역시 사건 해결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지난해 7월부터 수감 생활을 해 왔다. 김씨는 최근 추가로 실형이 선고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수감돼 있는 구치소방에서는 판ㆍ검사 앞으로 작성된 메모 편지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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