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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화를 향한 첫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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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화를 향한 첫 발걸음

입력
2006.07.1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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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도 가끔 마오이스트(Maoist)와 왕실군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친구들에게 날아온 끔찍한 총성에 놀라 꿈에서 깨어나곤 한다. 2001년, 나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인 루클라에서 마오이스트와 왕실군의 전쟁을 목격하였다.

● 여전한 네팔 전쟁의 악몽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던 당시, 나와 친구는 살기 위해 숙소의 옥상에 숨어서 전쟁을 지켜보았으며, 총성이 잠잠해지는 기회를 엿보아 산을 내려오다가 불타오르는 주택 안에서 총에 맞은 시신을 발견했다. 처음으로 눈앞에서 전쟁을 마주친 나는 충격과 두려움을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 네팔의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총성과 전투로 인해 누군가 죽었다는 이야기에 무덤덤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전쟁이 얼마나 인간의 마음을 황폐화시키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도 현재 네팔은 총성이 그쳤으며 온 국민의 민주화운동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일본의 선제공격론 등으로 인해 긴장 상태에 놓여있다. 물론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있지만 전쟁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힌두문화권에서는 일반적으로 현생(現生)의 내가 만일 무력으로 누군가를 죽인다면 내생(來生)에서 나는 전생(前生)에 내가 죽인 사람에게 똑같이 무력으로 살해당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언젠가는 상대에게 저지른 폭력이 다시 자기 자신, 혹은 자손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폭력은 대물림되며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역사에서 증명되고 있다. 판다바 형제들과 카우라바 가(家) 사이에서 벌어진 마하바라타 전쟁을 멈추기 위해 전쟁터에 떠오른 해를 빨리 지게 하고 비가 오게 한 크리슈나 신의 노력처럼 힘을 가진 사람이나 국가는 전쟁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쟁만큼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전쟁을 국가나 민족 간에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전쟁이 일상적인 사람들의 '미워하는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물음을 던져본다. 많은 사람들은 일상에서 수많은 상상의 전쟁을 벌이며 살아간다.

결국 상상에 그치고 말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공상의 세계 속에서 미워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실제의 전쟁을 벌이게 되고,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 일상의 '미워하는 마음' 버리자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루는 길은 어쩌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가까이에서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들 각자가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마음을 이겨내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데서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온 전쟁이라는 폐물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중대한 임무 가운데 하나이리라.

검비르만 쉬레스터ㆍ예티 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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