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최대 이슈로 부각된 ‘박치기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정확한 진상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단은 13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카날 플러스 TV와의 인터뷰에서 마르코 마테라치(33ㆍ인터밀란)가 자신의 어머니를 모욕하는 것을 참지 못해 ‘박치기’를 날렸다며 사건의 전모를 밝혔다. 그러나 마테라치가 어떤 말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에 반해 마테라치는 자국 일간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지단의 어머니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한편 병상에서 지단의 해명을 전해 들은 그의 어머니 마리카 지단은 “마테라치의 고환을 잘라버리고 싶다”며 격분했다.
▲지단, ‘모든 책임은 도발자가 져야’
지단은 이날 인터뷰에서 모든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마테라치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단은 마테라치가 먼저 자신의 유니폼 상의를 잡아 당기며 시비를 건 것이 단초가 됐고 이어 자신의 어머니와 누이 동생을 수 차례 모욕하는 것을 참지 못해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듣느니 그의 면상을 갈겨버렸어야 했다”며 분을 참지 못한 지단은 “내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TV를 통해 지켜보던 팬들과 어린이들에게 사죄한다”고 사건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심각한 도발 행위가 있었고 이에 대해 대응을 한데서 사건이 일어났다. 항상 도발을 저지른 자는 책임을 면하고 대응을 한 자가 처벌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 누군가 처벌을 받는다면 이는 도발행위를 저지른 진정한 범죄자가 되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개를 잃지 않았다.
▲마테라치, ‘억울한 누명일 뿐’
마테라치는 “지단의 어머니를 모욕한 적이 없다”며 지단의 해명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그는 “지단은 나의 영웅이었고 나는 언제나 그를 존경해왔다”고 주장하며 “나는 어머니를 15살 때 잃었고 아직도 그에 대해 얘기할 때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나는 그의 어머니가 병원에 계신 것도 모르고 있었다. 지단 어머니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지단의 해명에 ‘오리발’을 내밀었다. 마테라치는 또 지단에게 정치, 종교, 인종과 관련한 욕설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마리카 지단, ‘아들아 자랑스럽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미러’에 따르면 병상에 있는 지단의 모친은 “마테라치의 고환을 잘라 버리겠다”는 폭언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했다. 이어 “아들은 최소한의 명예를 지켰다. 세상에는 축구보다 중요한 것이 더 많다. 가족의 명예를 지키려 한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