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경기 고양시의 수해 원인은 기록적인 폭우 탓도 있지만 지형적으로 한강하류 저지대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수방 예방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전철역사 부근에서 공사를 하면서 유사시 대책을 세워놓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서울과 일산을 잇는 일산선 전철의 운행중단은 공사 중인 문화예술복합시설인 일산 아람누리와 정발산역을 연결하는 공사장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산아람누리 시행사인 S건설은 5월 중순부터 정발산역사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가로 6.8 ㎙, 세로 4㎙ 크기로 굴착 공사를 벌여 역쪽으로 비스듬히 30㎙ 길이를 파내려 갔다.
S건설은 이어 두께 1㎙의 역사 벽을 뚫고 직경 30㎝짜리 1개, 직경 10㎝짜리 2개 등 관로 3개를 박아 놓고 그 입구를 두께 2㎝짜리 합판으로 막아 놓았다. 장마철을 맞아 언제 비가 흘러들지도 모를 입구를 이처럼 허술하게 막아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날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정발산 배수로를 통해 많은 물이 일산아람누리 공사 현장으로 모여 들었고 이 물은 다시 S건설이 파놓은 굴착 통로로 한꺼번에 밀려 들었다. 합판은 한꺼번에 밀려든 물의 압력을 이겨 내지 못했고 물은 2시간 가량 걷잡을 수 없이 역사 안으로 유입돼 지하 1층에 이어 지하 2층 선로까지 삼켜 버렸다.
정발산역을 침수시킨 물은 인근 마두역과 백석역까지 흘러 들어 2개 역에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형적으로 한강하류 저지대에 있는 일산신도시가 펌프장 시설을 확보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전철 역사와 주요 도로가 침수되자 고양시는 구산 신평 대화 도내 강내 송포 현천 등 고양시 전지역 13개 배수펌프장을 풀가동했지만 시간당 100㎜ 이상 쏟아져 내리는 빗물을 빼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중 특히 일산신도시를 관할하는 배수펌프장은 구산 송포 대화 등 3곳에 불과해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용량부족으로 침수피해에 속수무책이었다. 1992년 조성된 일산신도시(476만평)는 1998년 수해 때에도 이러한 문제가 지적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펌프장 용량 부족은 하천의 유수를 지연시켜 주요 하천의 범람과 둑 유실 등을 연쇄적으로 불러 일으켰다.
또 화정역 구내와 화정역-대곡역 지하 1㎞ 구간 침수는 대장천 범람 때문이었다. 하천에서 범람한 물은 대곡역 인근 선로로 흘러 들었고 이 물은 지대가 낮은 화정역 방향 지하 구간으로 순식간에 유입돼 화정역 구내까지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하천 범람과 둑 유실에 따라 인근 농경지와 저지대 주택도 연쇄적으로 침수시켰다.
고양시 관계자는 “기상 이변에 대비해 지난해 원활한 배수처리를 위해 내년부터 펌프장 증설과 용량을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올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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