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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물난리/ '물바다' 고양시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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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물난리/ '물바다' 고양시 르포

입력
2006.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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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7시부터 시간당 최고 1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진 일산신도시 등 고양시 전역은 물폭탄을 맞은 듯 처참했다. 하늘이 뚫린 것처럼 4, 5시간동안 폭포수처럼 퍼붓는 엄청난 비로 지하역사와 철로, 도로가 물에 잠겼다. 출근길에는 시민들이 지하철 역과 도로에서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고 퇴근길까지도 전철이 복구되지 않아 교통대란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 이후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은 아수라장이었다. 인근 아람누리 문화센터(지하2층 지상4층) 공사장에서 엄청난 양의 토사와 빗물이 흘러 들어 지하 1층의 역사 사무실 5곳과 지하 2층 선로가 무릎 깊이 가량 물이 찼다. 역사는 소방대원들과 철도공사 직원 150여명이 투입돼 6시간 동안 양수기로 빗물을 퍼내고 추가유입을 막는 등 복구작업을 벌인 끝에 오후 3시께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선로의 물은 밤 늦게까지 빠지지 않았다.

오후 1시께는 지하철 3호선 대곡역~화정역 지하구간 1㎞ 가량이 침수돼 선로에는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찼다. 역시 열차 운행이 중단된 백석역, 마두역 등에서는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대화행 열차로 출근길에 나섰다가 오전 8시30분께 안내방송을 듣고 백석역에서 하차한 200여명의 승객들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을 통해 교통상황을 주시하다 정발산역의 침수 사실을 확인한 뒤 부랴부랴 다른 교통수단을 찾아 역을 빠져나갔다. 지하철공사는 이들에게 ‘불승증명서’를 끊어줘 차후 지하철 요금을 환불받을 수 있게 조치했으나 일부 승객들은 역 직원들에게 실랑이를 벌였다.

수마가 할퀴고 간 집과 논밭이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한 지역 주민들의 한숨과 눈물도 이어졌다. 한강 하구 창릉천을 끼고 있는 고양시 강매동 주민들은 “이렇게 계속 비를 쏟아 부으면 강물이 제방을 넘을 텐데…”라며 다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창릉천의 물이 불어나면서 하천 둔치의 들깨, 배추 등 채소류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수만평은 오전부터 물에 잠겼고, 주택가는 하수가 역류해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집안이 모두 엉망진창이 됐다. 김모(48)씨는 “부엌에 있던 세탁기는 넘어진 채 물에 둥둥 떠다니고, 전기가 끊겨 어두컴컴해진 안방은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어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주요 간선도로도 꽉 막혔다. 서울과 일산신도시 등을 잇는 주요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자 상당수 시민들이 자가용을 몰고 출근길에 합세하는 바람에 교통혼잡이 가중됐다.

일산신도시에서 서울로 향하는 구간은 차량들로 뒤엉켜 2㎞ 가는데 무려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통일로 등에서는 1,2개 차로가 부분 통제돼 차를 돌리거나 인근 주차장에 주차한 후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웠다. 또 많은 직장인들이 출근길 버스 속에서 몇 시간씩 갇혀 지각사태가 속출했으며, 출근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일산 탄현동에서 용산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김모(38)씨는 “경의선 탄현역에서 출발 시간인 8시가 넘어도 기차가 오지 않아 인근 대화역으로 갔지만 지하철이 끊긴 상태였다”며 “버스로 옮겨 타고 4시간만에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대중교통 기관들끼리 정보가 교환되지 않을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시민들도 “도시기반 시설이 잘 짜여졌다는 일산신도시의 교통망이 이렇게 허망하게 마비될 수 있느냐”며 행정당국을 비난했다. 일산 주엽동에서 강남 역삼동까지는 승용차로 5시간 걸렸다.

경기도는 피해가 심각한 고양에 양수기 190대 등을 긴급 지원, 침수주택이나 상가 등의 물빼기 작업을 도왔고, 공사장과 축대, 절개지 등 재난취약지역 295곳의 안전상황을 점검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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