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언급한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개방 요구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SAT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미칠 엄청난 파장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2일 별도 자료를 통해 “(미국이)초ㆍ중등 교육 및 현행 제도 변경을 요구하면 개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교육을 흔드는 개방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10일 미국측의 SAT 개방 요구가 처음 전해진 뒤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교육부가 이틀 뒤 뒤늦게 자료를 내고 공식 입장을 밝히는 등 다급해진 이유는 간단하다. 교원ㆍ학부모단체가 반발하는 등 교육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탓이다.
그러면서도 교육부는 미국측을 의식해서인지 여운을 남겼다. 교육부는 “SAT 등 테스트 서비스와 원격교육 서비스는 현재 사실상 개방돼 있어 향후 공교육 제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미래 유보 사항’으로 제시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래 유보 사항’ 용어에 대해 “외형적으로 개방 상태지만 향후 필요할 때 규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전했다. 공교육 틀을 유지하게 만드는 교육서비스만큼은 쉽게 넘겨줄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교육부의 이런 판단에는 다분히 현실적 사유가 작용했다. SAT 개방이 가져올 부작용이다. 당장 SAT가 들어오면 국내 학생들이 미국 대학 진학에 가속도를 내게 되고, 이렇게 되면 국내 대입시는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수험생 옥석 가리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주요 대학들이 SAT를 주요 전형 요소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원ㆍ학부모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SAT의 국내 진출은 우리 대입제도에서 수능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사교육 유발 요인 등 영향을 고려할 때 단순한 테스트 서비스 분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조 이민숙 대변인은 “SAT 시장이 개방된다면 공교육 붕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도 “SAT 개방이 대학 입시로 귀결되는 우리 초ㆍ중등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고, 결국 미국 교육 체계로의 편입을 유발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원가 등 사교육 시장도 불안한 표정이다. 한 대형입시학원 관계자는 “미국 교육기관이 직접 우리나라 학생을 상대로 교육 사업을 펴게되면 국내 입시 학원들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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