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대한민국은 도박 중'이라는 주제로 성인PC방의 불법도박 실태를 고발(12일자 8~9면)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도박병폐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화한 PC방이 인터넷도박을 독버섯처럼 퍼뜨려 개인을 황폐하게 만들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실태가 이 정도라니 놀랍다. 더 문제인 것은 당국이 그런 상황을 잘 알면서 방조한 정황이 있고, 그 처방이 너무나 때늦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와 상대하는 도박놀이까지 거론할 것은 아니다. 문제는 성인PC방 등이 거간역할을 하면서 불특정 고객끼리 거액을 주고받는 도박이 횡행하고 있는 점이다. 전문 꾼에게 꾀여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파괴 당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2만 개 업소가 성업 중이며, 연간 판돈이 140조원을 넘는다(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고 한다. 성인PC방이 뜯어가는 꽁짓돈(중계료)만 수 조원이라니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서울경찰청은 뒤늦게 4개월간 특별단속기간을 정했다. 단속을 시작한 지 불과 닷새 만에 전국에서 성인PC방 관계자 2,830명을 입건해 155명을 구속하고, 388개 업소를 행정처분했다. 경찰은 얼마 전만 해도 "그들이 암암리에 영업할 뿐 아니라 단속할 뚜렷한 법규정도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던 경찰이 언론의 성화가 빗발치자 불과 며칠 만에 이렇게 괄목할 만한 결과를 내놓고 있으니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도 하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어제 고위 정책조정회의에서 대책을 논의, 사행성 게임 경품상한선 설정, 성인오락실 심야영업 제한, PC방 등록 의무화 등을 검토한다고 한다.
지난해 숱하게 문제가 제기되자 올 4월 당정은 청소년 출입 문제를 관리ㆍ감독하는 게임산업진흥법을 겨우 만들었고, 이번에 좀더 손질할 모양이다. 국민의 피부에 닿고 조금만 신경 쓰면 할 수 있는 민생문제에 이 정부는 왜 이다지 무관심하고, 뒷북만 쳐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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