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중국으로 어학 연수를 다녀 온 한 친구가 “중국에서 영화를 보려면 적지 않은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숨막힐 듯 농도 짙은 키스 장면은 편집 당하고, 피가 흩뿌리는 강도 높은 액션 장면은 잘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마을 신부님이 검열관이 되어 영화를 먼저 보고 야시시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삭제하던 ‘시네마 천국’의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상시키는 말이었다.
‘왕의 남자’의 중국 극장 상륙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동성애를 암시하는 내용이 실려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주말 할리우드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도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비운을 맞았다. 인육을 먹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경제 발전의 급물살을 타며 사회 곳곳이 ‘상전벽해’하고 있다는 중국이지만 영화쪽은 여전히 ‘만만디’ 인가보다.
중국 당국은 세계적인 화제작의 상영을 금지 시키는 ‘간 큰 결정’을 종종 내려왔다. ‘미션 임파서블3’는 상하이의 빈한한 모습을 비춘다는 이유로 철퇴를 맞았고, ‘다빈치 코드’는 기독교인들이 반발한다는 명분으로 상영이 중단되는 해프닝을 겪어야 했다. 리안(李安) 감독이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브로크백 마운틴’은 당연히 동성애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중국의 영화 검열은 자국 영화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첸카이거(陳凱歌) 감독의 대작 ‘무극’은 장검을 휘두르는 전투 장면이 무시로 등장하면서도 피비린내가 진동하지 않는다. 검열 당국의 가위질을 두려워한 자기검열의 결과다. 정부의 억압과 통제에 맞선 ‘지하전영’(地下電影ㆍ전영은 중국어로 영화를 의미한다)이라는 저항 영화가 존재할 정도이니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제도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체제 유지를 위한 고육책인 검열 제도가 중국 영화의 보호 장벽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중국의 영화 심사에는 전체 관람가 또는 상영불가만 있다. 즉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 영화’만 상영이 가능하다. 이는 성과 폭력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한국 영화가 중국 극장가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3억 인구를 거느린 중국 영화시장의 ‘검열 만리장성’이 길고도 높게만 보인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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