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모든 국민이 전문가인 세 가지 분야는?" 정답은 축구, 정치, 그리고 교육이란다. 온 국민이 축구전문가가 된 계기는 아마 2002년 월드컵 개최일 것이다. 평소 축구경기장 한 번 가지 않는 국민들조차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을 거치면서 어지간한 축구 경기규칙은 꿰뚫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 대 스위스 경기에서 부심이 든 오프사이드 깃발을 주심이 무시한 것에 대해 온 나라는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까지 시끌시끌하였다.
● 축구, 정치, 교육의 공통점
정치 역시 축구에 뒤지지 않는다. 어떤 정치적 사안에도 다 각자 자기 의견을 피력하며 열띤 공방을 벌이는 국민이 우리 국민이다. 선거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도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안이 발생하면 삼사오오 모여 갑론을박한다.
오죽하면 명절에 모인 가족간에도 정치적 견해가 달라 집안싸움이 일어나기까지 할까? 지난 5ㆍ31 지방선거 유세기간에는 지지하는 후보가 다른 부부가 후보자간의 TV토론을 보다가 폭력상황으로까지 번져 경찰이 출동하였다는 기사를 본 기억도 있다. 정말 정치에 대한 대단한 열정임에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교육에 관한 한 우리 국민들에게 '전문가'라는 단어는 오히려 부족하다. 교육에 대한 전문가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획득한 정보와 지식에 근거하여 그야말로 교육에 '올인'하는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 교육을 위하여 부부들이 몇년씩 생이별하여 사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어디 또 있을까? 그 뿐 아니다.
해마다 대학입시나 특목고 입시 설명회가 열리는 장소에는 예외없이 수천명의 학부모들이 빽빽하게 들어찬다. 또한 매년 대입 원서접수 창구에는 식구마다 핸드폰을 동원하여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눈치작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 세 분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모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거나 아예 체념한 상태로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온 국민이 전문가이고,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세 영역이 다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 역시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는 하지만 그 관심이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축구는 월드컵 기간에만 반짝, 정치는 선거기간에만 잠깐, 그리고 교육은 입시를 위한 준비에만 집중되는 한시적인 관심이다. 월드컵이 끝나고, 선거가 끝나고, 자녀가 대학을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축구나 정치, 교육에 대해서는 '관심 뚝!'이다.
둘째는 지속적인 관심이 없는 탓에 탄탄한 기초를 다지는 꾸준한 준비와 미래를 내다보는 주도면밀한 투자가 없다는 점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은 선수들이 최소한 10명은 있어야 2010년 한국축구가 16강, 8강을 노릴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정치 역시 선거 때만 현란한 구호로 민주주의를 외치지 말고 평상시에도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가 실현되도록 정치가나 유권자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한국정치의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교육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입시정책이 변하고,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는 심각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지 정부와 국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 모아야 할 때이다.
● 문제해결 노력해야 진짜 전문가
결국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와 함께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없이는 진정한 전문가라 불릴 수 없다. 대한민국의 축구와 정치, 그리고 교육이 진정한 전문가들에 의해 한 단계씩 상승하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서경교ㆍ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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