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북한 제재 보다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유도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 미사일 문제도 북핵 6자회담을 통해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의 태도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 이후 유독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미국의 입장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0일 중국 대표단의 북한 방문 사실을 상기시키며 중국의 역할에 대해 “북핵 6자 회담을 재개하고 9ㆍ19 공동성명 이행약속을 재확인하며 미사일 발사 유예를 재약속 하도록 북한측을 설득하는 것”이라며 3대 관심사항을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이 같은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면 굳이 유엔 안보리에서의 제재를 통해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미국은 3대 조건 가운데서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선언인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국제사회에서 다시 확인토록 하는 것을 최소한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북한 압박을 통해 이 같은 약속을 이끌어 낼 경우, 미국의 외교적 성과는 또 그만큼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의 향후 대응을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이 11일 귀국 예정이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다시 중국에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우리는 북한에 파견된 중국 외교사절이 어느 정도 (성공) 가망이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되도록 시간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을 설득하고 공조방안을 조율하는 일은 미국의 부담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모라토리엄 재약속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수용할지 확실치 않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을 통해 이를 공식화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고 북한이 중국에 대해 ‘구두’로 한 약속을 그대로 인정할 수도 있다. 다만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약속 수준을 최대한 끌어 올리려 할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노력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어느 시점에서, 외교에 결실이 없으면, 안보리 경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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