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국면의 최대 수혜자는 아베 신조(安倍三晋) 관방장관이다.”
최근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하며 각광 받고 있는 아베 장관에 대한 일본 언론의 냉소적인 논평이다.
지금 일본 정국은 아베 장관 독무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9월 퇴임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뒤로 하고 일본 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 참가하기 위해 러시아로 출국한 11일부터 총리대행으로서 미사일 국면을 이끌게 된 것은 더욱 상징적이다.
이미 대북 강경파로 정평이 나 있는 아베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 이후 또다시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특별팀을 구성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온 아베 장관은 발사 직후 9개항의 북한 제재조치를 내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제재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했다.
이 같은 대응은 국민들에게 위기관리에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야스쿠니(靖國) 신사 문제로 다소 수세에 처했던 그는 여론조사에서 라이벌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과의 차이를 더욱 넓히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자민당 총재와 총리 자리는 떼 논 당상이다.
이 같은 양상은 북한의 납치자 문제가 불거졌던 2002년과 흡사하다. 당시 관방 부장관이었던 그는 9월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상대가 납치를 인정하고 사죄하지 않으면 공동 선언에 서명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강하게 진언해 결국 성과를 올렸다.
이 같은 일화가 전해지며 그는 일약 국민적 스타로 부상했고, 가장 강력한 총리 후보가 될 수 있었다. 그가 ‘납치 때문에 급성장한 졸부 정치인’이라는 비아냥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 인기를 한 몸에 모으는 오늘날의 그가 있게 한 것은 바로 북한 문제 덕분이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걱정되는 것은 강경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그가 너무 앞서 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북한의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가능케 하는 ‘적 기지 공격론’에 대해 “논의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대표적인 ‘오버’이다. 차기 총리가 유력한 그가 미사일 사태를 빌미로 자민당의 보수 강경파들의 염원인 위험한 적기지 공격론을 슬쩍 끼워넣으려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행태이다.
그가 미국 외교잡지에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아베 외교구상’에서도 미국의 네오콘적인 발상이 엿보여 우려된다. 11일 요미우리(讀賣) 신문에 따르면 그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 등 4개의 보편적 가치를 아시아와 세계에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미일동맹의 강화와 자위대 파견 등 적극적인 안보 활동,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보수 강경파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전몰자에 애도를 표하는 것은 각국 공통의 관습”이라며 이해를 요청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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