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식물을 재배ㆍ판매하는 회사' '기아자동차는 임업과 축산업을 하는 회사이다.'
거짓말 같지만 모두 사실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식물 재배ㆍ판매가 이 회사가 영위하는 주요 업종 가운데 하나이며, 기아차도 축산업을 주요 업종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관에는 주요 사업에 포함됐지만 식물 재배ㆍ판매에 따른 매출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오래 전에 장관에 포함됐기 때문에, '식물 재배업'이 사업목적에 포함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오 칩을 만드는 과정에서 식물재배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아차 관계자도 "나무와 가축을 기르는 사업이 우리 회사의 주요 사업으로 규정되기는 했지만,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포함됐는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로 경영권이 넘어가기 이전의 경영진들이 포함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주력 업종과 동떨어진 이색 사업을 정관에 규정한 회사는 삼성전자와 기아차 뿐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항공운송 및 항공기 취급과 정비', '별정통신 사업', '교육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보고하고 있다. 항공운송 사업은 이 회사 특수영업팀이 2년에 한 대꼴로 소방 헬기용 엔진 구매를 대행하는 바람에 포함됐으며, 별정통신 사업은 탤레매틱스, 교육사업은 자동차 정비책자를 인쇄ㆍ보급하기 위한 조치이다.
통신업체인 KT는 부동산ㆍ주택사업자이기도 한데, 이는 전국에 산재한 유휴 부지를 개발하려는 목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땅을 매각하는 것보다 시행사로 나서 아파트를 지어 판매하면, 더욱 큰 이익을 남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T는 부산 가야동에 'e편한세상'을 분양했으며, 서울 성수동에서도 사업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는 실제 사업을 벌이지는 않고 있지만, 발전사업에 나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철강 생산과정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보다는 자체 발전소를 건설해 직접 충당하겠다는 포석이다. 한국전력은 공기업 특성상 '기타 정부로부터 위탁 받은 사업'을 주요 목적사업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환경이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우리나라 기업 특성상 사업 목적을 최대한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특성이 있다"며 "주력사업과 무관한 분야까지도 사업 목적으로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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