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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압박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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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압박카드

입력
2006.07.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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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를 갖추지 않은 식당이나 찻집이 많다. 손님이 전화를 찾는 듯 하면 제 가게 전화라도 빌려주는 게 정리(情理)이련만, 꼭 내 입으로 요청해야만 마지못해 전화기를 내민다. 더 야박한 사람은 십 리 밖의 공중전화 부스를 가리키며 외면한다. 이동통신회사와 제휴를 했나, 아직도 휴대폰이 없는 그런 인간은 더 불편해 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투다.

공중전화 찾는 일이 쉽지 않은데, 어렵사리 찾은 공중전화가 카드 전용이고 근처에 전화카드 파는 곳이 없으면 낭패다. 지갑 속 전화카드는 십중팔구 마그네틱인지 뭔지가 망가져 있고. KT에서 발매하는 전화카드는 믿을 수가 없다. 그 카드를 액면대로 사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갓 사서 비닐을 벗겨내고 처음 쓸 때도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불안할 정도다.

물론 잘못된 카드를 KT에 갖고 가면 미사용 금액을 돌려주기는 하는데, 나같이 그런 일에 부지런한 사람에게도 그게 여간 성가시지 않다. 그러니 그대로 묻히는 전화카드 미사용액으로 알토란 같은 수입을 올리려고 KT가 부러 전화카드를 부실하게 만드는 게 아닌지 의심 갈 밖에. 아니면 그 또한 휴대폰 없는 인간에 대한 압박카드일까?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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