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점차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일본의 대북 강경 움직임에 우리 정부가 분명한 선을 긋고 나섰다.
우리 역시 미사일 발사는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한반도에 의도적인 긴장을 조성하려는 기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한 한 대일 외교전쟁을 불사하는 듯한 자세다.
정부의 이 같은 기류의 배경은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여당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미사일 발사와 선제공격발언으로 한반도에 어떤 무력사용도 배제하려는 노력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언급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정부는 ‘선제공격론’의 숨은 의도를 ‘군사대국화’라고 단정했다. 특히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나서 ‘선제 공격론’을 들고 나온 데 우려가 컸다. 그의 비중으로 볼 때 그만큼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한반도 안보에 만만찮은 긴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무수단리에 연료통만 쌓여도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북일이 무력충돌할 경우 미일상호방위조약 및 한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과 국군이 자동개입하면서 한반도 전체가 전쟁상황으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전략적 우려도 고려됐다.
이날 한 고위 소식통도 “일본 각료들의 선제공격론은 미사일 문제에 대한 일본의 외교적 해결 의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까지 정부 내에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보리 제재안에 대한 정부의 반대표명도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한 일본의 제재안은 미사일 등 군수, 물품, 자금에 대한 동결 등 조치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는 군사적 대응(42조)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제재안 통과 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해 당사국인 우리측에 사전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도 묵과할 수 없는 비례라는 공감이 형성됐다. 나아가 만약 중국의 비토로 제재안이 부결될 경우 안보리 이사국이 분열하면 이는 곧 6자회담 기능상실, 즉 외교적 해결노력의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는 근년 들어 야스쿠니 참배, 교과서, 독도 해양조사 등으로 야기된 양국 관계의 경색을 감안해 일본의 대북입장에 대해서는 가급적 신중한 자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물러설래야 물러설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선제공격론’이 우리로서는 덮고 지나칠 수 없는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한 셈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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