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해양교육단체인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태풍 '에위니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을 상대로 카누타기 훈련을 실시하다 카누가 전복돼 교사 10여명이 한때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수칙을 지켜야 할 연맹이 교사들의 훈련연기 요청마저 무시한 채 행사를 강행하다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10일 대구시소방본부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45분께 대구 동구 금강동 금호강 안심교 부근 남천 합류지점에서 한국해양소년단 대구연맹 주관으로 해양지도자 과정 연수를 받던 대구 H초등학교 김모(44) 교사 등 대구지역 33개 초등학교 교사 37명이 카누 8대에 나눠 타고 가다 급류에 휘말렸다. 이날 대구지역은 태풍 에위니아의 간접영향권에 들어 122㎜의 폭우가 쏟아지며 강물이 급격히 불었고, 강풍까지 불고 있었다.
이 사고로 카누 3대가 전복, 교사 10여명이 물에 빠져 1시간30여분 동안 추위와 싸웠고 나머지 20여명도 수심이 얕은 곳에 모여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교사들은 "이날 오전에는 고무보트, 오후에는 난생 처음 카누를 탔는데 급류에 전복된 후 발이 강바닥에 닿지 않아 한순간 아찔했었다"며 "휴대폰이 물에 젖어 사용할 수 없었는데 다행히 교사 중 1명이 휴대폰을 비닐봉지에 싸두어서 겨우 119에 신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본부 119구조대는 헬기 등을 이용, 오후 4시가 넘어서야 금호강에 고립돼 있던 교사들을 모두 구조했다.
이날 실시한 훈련은 한국해양소년단 대구연맹이 대구지역 해양소년단원 1만여명에게 구조와 응급조치 등을 가르칠 남녀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4일 과정의 '해양지도자 과정 2급 연수' 마지막날 실습이었다. 훈련에 앞서 일부 교사들은 악천후를 고려해 훈련을 연기하라고 요구했으나 연맹은 자체 토의 후 훈련장비 재설치와 재교육 등에 따른 불편을 이유로 카누훈련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사는 "20명에 이르는 여교사들도 동참한 이날 카누훈련이 갑자기 공포의 도가니로 바뀌었다"며 "안전수칙을 누구보다 준수해야 할 한국해양소년단이 앞장서 이를 무시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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