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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민선 4기, 이것만은 고치자] <2> 혈세 새는 전시성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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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민선 4기, 이것만은 고치자] <2> 혈세 새는 전시성 사업

입력
2006.07.1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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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구청장 B씨는 지난해 12월 관내 불법 건물에 대해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50% 일괄 감면하도록 담당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깜짝 놀란 담당 직원들은 “이행강제금 감면은 건축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만류했지만 막무가내였다.

B씨는 직원들이 말을 듣지 않자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며 이행강제금 130억원 중 65억원만 부과하도록 하는 공문을 직접 기안해 결재까지 해버렸다. 그로부터 5개월 뒤 B씨는 5ㆍ31지방선거에서 구청장 재선에 성공했다.

민선 지방자치단체 출범 이후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병폐 중 하나가 단체장들의 선심ㆍ전시 행정이다. 과거 관선 단체장과 달리 주민들이 직접 뽑다 보니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단체장들이 아무런 고민 없이 생색내기 사업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민선자치 11년에 이르면서 단체장의 선심 행태도 자신의 치적 과시용 사업에서부터 B씨처럼 지자체 본연의 행정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것까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경북 C군은 올해 초 D면에 20억원 규모의 도서관과 28억원 짜리 체육공원을 짓겠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군수의 고향인 D면은 이미 85억원 짜리 문화체육센터가 들어선 상태였다. 당연히 타 지역 주민들은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까지 “선거를 앞두고 표를 노린 선심행정 아니냐”는 비난하고 나섰고 결국 군수는 이번 선거에서 낙선했다.

수도권 E시가 추진 중인 프로야구 돔 구장 건설사업도 전형적인 생색내기용 사업으로 꼽힌다. 시장 공약 사업인 돔구장 건설은 사업비가 최소 5,000억원, 연간 관리비도 1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프로야구단 유치도 쉽지 않은 데 시 1년 예산의 절반이 넘는 혈세를 들여 돔 구장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사업 채산성을 따지지 않은 무리한 사업추진을 하다 보니 단체장들의 ‘치적물’은 주민 혈세만 잡아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일쑤다. 실제 충남 금산군이 물 부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립을 강행한 농업인 건강생활과학관 내 찜질방은 물 부족 등으로 하루 이용객이 하루 1~2명에 불과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이 38억원을 들여 지은 군민체육관도 섬인 압해도에 위치한 데다 진입도로마저 없어 완공 1년이 넘도록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표밭 관리차원에서 이뤄지는 온갖 선심행정은 지방재정 파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단체장들이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추진한 전시성 사업이 실패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을 덮으려고 사업을 계속 밀어붙여 예산낭비만 키운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충북 괴산군. 지난해 8월 당시 김문배 군수의 지시로 세계 최대 가마솥(무게 43.5톤 직경 5㎙)을 제작했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 조사도 하지않은 채 기술력도 없는 업체에 제작을 의뢰하는 바람에 당초 2억원이면 충분하다던 예산이 6억원을 늘었다.

군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며 보호각까지 만들어 가마솥을 전시해 놓았지만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런데도 김 전 군수는 선거를 앞둔 4월 국내 최대 물레방아를 만들겠다고 밝혀 주위를 아연실색케 했다. 결국 김 전 군수의 물레방아 제작사업은 임각수 신임 군수가 취임하면서 전형적인 전시성 사업으로 꼽아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따라 단체장의 선심ㆍ전시행정으로 인한 재정파탄을 막기 위해 자치단체의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들을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이라는 안전판만 믿고 독단적인 행정운영을 하는 단체장을 임기 중에라도 물러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소환제는 물론 주민소송제 도입도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주 참여자치21 김상집 대표는 “단체장의 행정과오와 전시성 행사 등으로 인한 혈세 낭비는 무엇보다 지방의회의 지방예산 감시기능이 상실됐기 때문”이라며 “단체장의 정책 실패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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