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큰 스님이었던 보각국사 일연(一然ㆍ1209~1289)선사의 탄생 800주년(6일)을 기념해 그와 삼국유사의 현재적 의미를 되새겨 보는 행사가 속속 열리고 있다.
일연선사의 자취가 어린 경북 군위 인각사, 영천 은해사, 경산 일원에서 진행되는 ‘일연 삼국유사 대제전’은 6일 거행된 탄생 800주년 기념법회를 시작으로 내달 1일까지 이어진다.
국제학술대회(한국학중앙연구원ㆍ20, 21일), 기념음악회(인각사ㆍ28일), 대제전 개막식 및 ‘은해에 연꽃배 타고 떠나는 반만년의 꿈 여행’공연, 불교단편영화제, 답사 프로그램, 일연문화상 및 전국 청소년 문학상 시상식(인각사ㆍ29,30일), 입적 717주기 추모제, 보각국사비 복원 제막식(인각사ㆍ8월1일) 등 다채롭게 꾸며진다. 29일 ‘은해에…’공연은 일연선사의 삶을 그린 다큐드라마, 삼국유사 향가나 설화를 주제로 한 무용 판소리 등이다.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일연선사 탄생 800주년과 삼국유사가 갖는 의미로 ‘민족사의 체계화’와 ‘민족문화 원형의 제시’를 강조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건국의 뿌리가 다른 나라라고 한 삼국사기와 달리 삼국유사는 삼국이 고조선을 통해 하늘과 연결된 같은 뿌리의 한 민족이라는 새로운 인식체계와 역사서술의 큰 진전을 보였으며, 신기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은 우리 민족의 문학과 민속 등에 큰 모티브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확인되는 사서 중 처음으로 고조선을 우리 민족의 출발점으로 삼은 점 등은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움직임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인각사 일연학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삼국유사에 나타난 인도, 일본, 중국, 북방민족 등 이민족에 대한 관점 및 빈민에 대한 태도 등을 고찰하고 삼국유사 연구 현황을 점검한다.
조동일 계명대 석좌교수는 미리 배포한 논문을 통해 삼국유사를 정통사서의 결함을 메우고 새 비전을 제시하는‘대안사서’라고 지칭했다.
그는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의 유교사관을 불교사관으로 바꾼 데 그치지 않고 역사 이해의 기본 개념을 도의(道義)에서 신이(神異)로 바꾸어 민족의식과 민중사상을 존중하는 새로운 보편주의를 추구했다”며 “도의는 행동을 제약하고 변화를 거부하지만 신이는 생각을 열어주고 비약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베트남 티베트 유럽 등의 사서와 비교해볼 때 “삼국유사처럼 민족주의와 보편주의를 함께 한 수준 높은 원리를 가진 사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상현 동국대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삼국유사가 일연선사의 단독 저술인지 제자 무극(無極)과의 공동 저작인지, 주석이 후세에 덧붙여졌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논란을 검토했다.
또 맥브라이드 리차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는 삼국유사의 기사 4편을 중국 및 한국문헌자료와 비교, “시대 착오나 잘못된 글자가 있긴 해도 한국 고대에 대한 전설과 이야기는 대체로 사료로서의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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