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 작가 전수천은 지난해 9월 미국 대륙을 캔버스 삼아 거대한 그림을 그렸다. 흰 천으로 감싼 15량의 대륙 횡단 열차가 그의 붓이 됐다. 뉴욕에서 출발해 LA까지 7박 8일간 열차는 푸른 숲과 붉은 사막, 대도시를 통과하며 흰 선을 그렸다. 미술가, 소설가, 영화감독, 건축가 등 60여 명이 그 안에 타고 예술과 사회, 환경과 문명, 현대미술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움직이는 드로잉’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퍼포먼스가 화랑으로 들어왔다. 전체 진행 과정을 담은 각종 문서와 영상자료, 참가자들이 찍은 사진 등을 30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한다. ‘움직이는 드로잉’ 기차 1량은 야외에 갖다 놓았다. 그 기차에 탔던 소설가 신경숙, 가수 겸 피아니스트 노영심, 영화평론가 오동진, 건축가 황두진, 풍수지리학자 조용헌, 사진작가 진동선 등의 강좌도 15~29일(7회) 열린다.
전수천은 미국에 잠시 머물던 1993년 이 프로젝트를 구상했다고 한다. 크고 강한 나라 미국을 여행하다 보니 한국은, 나는 얼마나 작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을 상징하는 흰 색의 선으로 미 대륙을 가로지르면 통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다시 반복하기 힘든 이 작업이 그냥 잊혀지는 것이 아쉬워서 DVD로 제작 중이다.
이번 전시는 ‘움직이는 드로잉’을 보고하는 것 외에 신작 ‘바코드 시리즈’도 선보인다. 세계 200여개 국의 국기에 일일이 바코드를 그려넣은 평면 작품과, 삼성 현대 등 기업 로고를 바코드 모양의 받침대 위에 올린 조각을 내놨다. 사방 5m가 넘는 입방체, 대한민국 바코드 조각도 있다. 각 나라와 기업의 정보나 가치를 바코드로 표시한 것은, 정체성에 대한 전수천식 문답의 형식이다. (02)720-1020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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