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예상을 뒤엎지 못했다.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지를 놓고 서울에서, 또 워싱턴에서 설왕설래가 있었으나 북한은 결국 발사 단추를 눌렀다. 한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북한의 오랜 행태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려 한 전문가일수록 발사 가능성에 훨씬 더 무게를 싣고 있었다는 점이다.
●워싱턴과 서울의 다른 예상
북한 문제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일이 터지기 전에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전승기념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국전쟁 휴전일인 7월27일을 주목해 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은 거의 기정사실이며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정한 날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서울의 종합적인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라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여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한결같이 “판단과 예상은 발사 강행이지만 예상이 틀리기를 바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과연, 서울의 최고 정책결정자들은 당시에 어떤 생각을 갖고, 북한에 대해 어떤 일을 진행시키고 있었을까. 이른바 우리의 ‘진정성’이라는 것을 갖고 북한을 설득한다면 북한이 태도를 바꿀 것으로 믿고 있었을까.
서울의 일부 관리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전 단계로 동해에 선박출입제한구역을 설정했을 때도 ‘설마’ 하고 있었다. 또 다른 관리는 사후에 언론의 관련 보도를 ‘국익 없는 보도’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노선의 편향성과 정치적 독선, 속박이 뒤섞인 ‘감성적 오류’를 범한 것이 어느 쪽인지는 이제부터 따져 볼 일이다.
또 국가안보에 직결된 사안을 놓고 객관적 근거와 정황에 따라 위기 현실화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보수강경이나 수구, 반시대적, 반통일적인 것으로 내모는 일은 행여 없기를 바란다. 공직자와 언론이 서로를 비판하는 것은 있을 수 있고,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다.
그렇다고 공직사회 내부에서까지 언로가 막혀서는 나라는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초기에 대통령의 자랑거리였고 정부 홍보의 주된 대상이었던 토론과 공론화의 문화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어느쪽이 오류를 범했나
어쨌든 북한이 7월27일 미사일을 쏠 가능성이 높다는 날짜 예상은 빗나갔다. 북한이 그보다 더 극적인 날을 택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의 230번째 독립기념일인 7월4일(현지시간)에, 그것도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되기 직전에 미사일을 쏘아댔다.
미 언론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2호의 시험발사는 실패했다고 보도했고 우리 당국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실패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지만 북한이 우려의 대상이 되는 것 못지않게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도 같은 민족으로서는 착잡한 일이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보란 듯이, 여지없이 예상을 깨는 그런 북한이 보고 싶다
고태성ㆍ워싱턴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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