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강재섭 의원을 2년 임기의 새 대표로 선출했다. 당의 면모를 일신해 2007년 대선을 치러야 할 새로운 체제의 출범이다.
지금 한나라당에 유일하고 절실한 과제는 두 차례의 실패를 딛고 정권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는가 여부다. 뒷전에서의 반대에 머물거나 반사이익이나 줍는 야당이 아니라 수권 세력으로서의 비전과 청사진을 창의적으로 도출하고 제시해 국민의 선택을 떳떳하게 요청하는 일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고통을 겪는 국민을 대변하고 그 고통을 해소해 줄 정치 세력에 대한 기대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두 말이 필요 없다. 한나라당은 일개 정당으로서의 생사나 존재방식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정권과 여당의 실정(失政)에 대해 합리적 능동적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이 따를 만한 리더십을 담아내야 한다. 오늘 이후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될 당의 존재이유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런 기대를 전적으로 충족시켜 줄 만한 자질과 능력, 정신적 도덕적 수준을 갖추지 못한 점을 큰 결격 사유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 안주식의 비전 없는 체질, 국론 형성과 정책 논쟁을 선도해 가지 못하는 무책임과 무원칙, 그래서 신뢰와 지지의 일정 한계에 고착된 절름발이 정당이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의 조건과 가능성, 행동목표는 5ㆍ31 지방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사이에 나타난 오만과 착각의 현상들은 한나라당의 고질을 어김없이 보여 주고 있다. 정인봉 맹형규씨 등이 등장하는 이 달 보궐선거의 공천 파동이 대표적이다. 지방선거 승리라야 버린 표를 주워 담은 것 뿐인데도 금세 이를 잊었다. 대표 경선이 시대착오적 분란과 대선 주자들의 대리전 양상을 보인 것도 볼썽사납다.
강 대표는 기득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던 구 민정계 출신이다. 한나라당의 환골탈태가 그에게 달려 있음도 상징적이다. 갈 길은 분명하다. 기존의 모든 것을 청산하고 과감하게 버리지 않으면 다시 뻔한 패배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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