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이 5일 발사한 대포동2호를 실패한 실험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6,700㎞까지 날아간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약500㎞밖에 비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미일이 대북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비춰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하지만 원인을 분석하고 북한의 미사일 역량을 평가하는 단계에서는 한미일 사이에 시각차가 드러난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하려는 분위기다. CNN에 인용된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기술수준으로 볼 때 대포동2호는 실체도 없는 위협”이라고 북한산 ‘불량 미사일’을 한껏 조롱했다.
미국의 강경파 관리들과 의원들이 북한 미사일이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공언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대포동 2호의 사거리는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고자 할 때는 한없이 늘어지고 북한의 대화 요구를 일축하고자 할 때는 위협도 안되는 불능탄으로 격하되고 있는 느낌이다.
반대로 일본은 과잉반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부 언론은 대포동2호가 하와이까지 겨냥했다며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 열도까지 도달할 수 있는 신형 스커드도 발사됐다며 미사일방어(MD)체제의 조기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비를 증강하고 군사 대국화를 서두르는 일본 우익에게는 대포동2호가 최고의 호재가 된 듯 싶다.
우리 정부는 “발사 40여초 만에 추락”이라고 했다가 “7분간 비행 후 추락”이라고 수정했다. 단순한 혼선이기를 바라지만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저마다의 해석은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의 미묘한 함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정곤 사회부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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