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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북한의 착각? 북한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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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북한의 착각? 북한의 전략?

입력
2006.07.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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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영남씨 사건과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북한 문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북한의 행동은 건전한 상식으로 볼 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6ㆍ15 공동선언 기념행사의 안경호 발언이다. 물론 이 문제는 일단락이 났고 이제는 미사일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북한을 이해하는데 좋은 주제라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경호 발언'의 숨은 의도

지난 6ㆍ15 행사에 북측 민간단장으로 참석한 안경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은 6ㆍ10 만세 기념 평양시 보고회에서 “친미노선당인 한나라당이 권력자리에 올라앉으면 6ㆍ15는 날라가고 남녘땅은 물론 온 나라가 미국이 불지른 전쟁화염 속에 휩싸일 것이다”는 상식 이하의 내정간섭 발언을 했다.

이에 진보인사들까지 나서 이를 비판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안 국장이 광주에 와있던 6월 15일 조평통 서기국은 “우리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며 한나라당이 꼭 먹어야 할 약을 주었을 뿐”이라며 한나라당은 “전쟁광인 미국을 할애비처럼 섬기며 숭상하는 고질적 사대근성부터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는 논평을 또 다시 발표했다.

광주를 떠나면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자신들의 경고는 정당하며 자신들의 “정당한 주장에 시비를 건다면 온 민족을 위협하는 전쟁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성명을 배포했다.

이뿐 아니다. 조평통은 5ㆍ31 지방선거에 대해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미국에 추종하는 전쟁머슴 정권이 들어설 것이기 때문에 가장 올바른 판단과 선택은 제일 당선가능한 6ㆍ15 평화세력후보에게 지지표, 평화표를 찍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6ㆍ15 공동선언 남북대학생대표자회의에서 북측대표가 “민주노동당을 찍으면 사표가 되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원이라도 열린우리당을 찍어야 한다”며 투표 지도까지 하려 들었다.

문제는 북한이 이처럼 말도 되지 않는 발언을 계속하는 이유다. 우선 북한이 이 같은 발언을 통해 우리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한나라당에 타격을 주고 노무현 정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착각을 해서 그 같은 발언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최고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발언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반북심리를 강화시키고 한나라당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멍청하단 말인가? 따라서 북한이 착각이 아니라 고도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이 같은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신들의 발언이 한나라당을 도와줄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이 같은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남한의 극우세력과 북한의 소위 극좌세력이 겉으로는 대립하면서도 국내정치적 필요성(남북대립을 핑계로 국민들을 억압할 필요성) 때문에 사실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에 놓여 있고 그것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것을 북한의 지도층, 특히 강경파가 내심 바랄지도 모른다.

●주제넘는 내정간섭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1992년 대선 당시 공안당국은 북한이 남한 내 추종세력에게 김대중 후보를 도우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밝혀 문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합리적이라 우리 사회의 반북정서를 잘 알고 있고 정말 김대중 후보를 돕고 싶었다면 김대중 후보가 아니라 오히려 김영삼 후보를 지지하라는 지령을 보냈을 것이다. 그래서 운동권에서는 북한이 똑똑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두려워해 김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이 같은 지령을 내려보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북한의 발언들이 착각 때문인지, 고도의 전략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한나라당을 도와주려는 것이 아니라면 주제넘고 역효과만 나는 한나라당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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