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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름다운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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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름다운 기부

입력
2006.07.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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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1년 프랑스의 법률가이며 사상가인 알렉시스 토크빌은 미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미국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정신적 자산으로 기부와 자원봉사를 들었다. 실제로 오늘날 미국의 번영과 발전은 미국 특유의 기부문화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남다른 창의력과 근면 성실한 생활을 통하여 평생 이룩한 재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내놓는 부자들이 계속 이어질 때 그 사회는 번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서는 부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일반화될 수밖에 없다.

“부자로 죽는 것처럼 부끄러운 것은 없다”라고 말했던 철강왕 카네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자선사업가’라 불리길 좋아했던 록펠러, 은퇴 후 자선활동에 앞장서겠다는 빌 게이츠. 미국은 이런 품위 있는 부자들을 존경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부(富)를 세습하는 것은 경기장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이다.” 최근 자기 재산의 85%인 360억 달러를 기부한 워렌 버핏의 결단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는 “부의 세습은 세상의 균형을 깨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바다 건너 전해온 그의 기부 소식은 한국의 부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했을 수도 있다.

흔히 사람들은 사회에서 얻은 부만큼 사회로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부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부자들 탓만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 보다 근검절약하며 더욱 열심히 활동하여 이룩한 부는 존경 받아야 한다.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내놓은 ‘고액기부자’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 고액 기부를 한 기부자들은 기부 이유에 대해 유년시절 부모님이나 주변인들의 기부하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고, 외국의 선진적인 기부문화를 접하면서 기부에 익숙해졌고, 기부를 하면서 조금씩 나눔이 습관화됐고, 가족의 지지가 큰 뒷받침이 되었으며, 주변인들의 동참을 유도한다고 답했다.

그러기에 기부는 사회 속에서 영그는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이 부를 나눌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과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 사회 안에 형성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떳떳한 부를 존경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 탈세 등 부끄러운 짓을 한 부자들이 우리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지만 부자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닌데도 부자라면 으레 거부감을 갖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기업을 경영하는 부자들이 산업활동에 더 많은 투자를 하여 일자리가 늘어나고 이를 통하여 경제가 보다 활성화되면 국민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다. 따라서 부자들은 나름대로 국가발전에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역할을 부정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다만 부자들이 축적한 부를 개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시회 공익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한국사회는 급속한 경제 발전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백만장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빠른 사회적 성장에 걸 맞는 문화를 만들지는 못했다. 기부에도 이른바 ‘문화지체 현상’이 생긴 것이다.

기부가 우리의 전통적인 나눔의 정신으로 계승, 발전되어 하나의 사회적 문화로 자리 잡았을 때 우리는 진정 행복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세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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