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관계에서의 독선적 스타일로 비판을 받아 온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 이후 모처럼 ‘외교’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전에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 냈으나 발사 강행 이후에는 오히려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정상들과 차례로 전화통화를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60회 생일을 맞은 6일(현지시간) 한차례 진행된 자신의 ‘북한 미사일 외교’에 대해 “(전화통화를 한) 각국 지도자들의 반응에 만족한다”면서 “그들도 나처럼 걱정하고 있다”고 스스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CNN방송에 부인 로라와 함께 출연해 “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하나의 기회로 여긴다”고 전제,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이 공동보조를 맞춰 한 목소리로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토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서도 부시 대통령이 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나라는 대북 제재에 부정적인 중국, 한국, 러시아이고 그 중에서도 북한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중국, 한국이 주 타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목소리를 낮춘 것은 북한에 대한 유화 제스처가 아니라 중국 등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면서도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의 양자 협상 가능성을 거듭 부인했고 외교적 해결 이외에 ‘다른 옵션’이 있을 수 있음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기본 목적은 중국 및 한국 등과 북한 사이에 일정한 선을 그음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를 최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 구체적 결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 제재 또는 유엔 밖에서의 개별적ㆍ다자적 조치에 중국 등이 동조ㆍ묵인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등은 이미 대북 제재에 반대의사를 밝힌 상태고 북한을 유인할 어떠한 대안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부시 외교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부시 대통령이 “외교에는 시간이 걸리며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할 때는 더 그렇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미 언론들은 이날 베이비 부머 가운데 최고위직에 오른 부시 대통령이 60세가 됐다는 사실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언론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올 여름 60세가 된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건강은 동년배 가운데 1%안에 들 정도로 양호하나 머리가 희어졌고 무릎에 문제가 생겨 운동을 달리기에서 산악 자전거 타기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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