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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K 이철상 사장 '무너진 386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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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K 이철상 사장 '무너진 386의 꿈'

입력
2006.07.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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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벤처신화'를 창조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던 이철상(39) VK 사장의 꿈이 허망하게 무너졌다.

휴대폰 전문 제조업체인 VK는 7일 17억8,000만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VK는 조만간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법정관리 등의 절차를 밟게 되며 코스닥 시장에서도 12일부터 21일까지 정리매매를 거쳐 22일 상장폐지된다. 이에 따라 386 운동권 출신 기업인으로 화려하게 부상하며 주목을 받았던 이 사장의 향후 거취도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87학번인 이 사장은 19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 권한대행을 맡아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핵심 운동권 출신이다. 수배 생활을 하면서도 한총련 집행위원장까지 맡는 등 운동권의 구심점 역할을 해 95년 당시 '지존 철상'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민족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정책부장 및 부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97년 전국연합을 나오면서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당시 바이어블 코리아라는 휴대폰 배터리 생산업체를 설립한 이 사장은 중국산 저가품 때문에 개당 20달러였던 배터리 가격이 2달러로 폭락하자 2001년에 휴대폰 제조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2002년에는 중국 휴대폰업체 차브리지를 인수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며 사명을 VK로 바꿨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에 주력했던 텔슨전자, 세원텔레콤 등 다른 중소 휴대폰업체와 달리 자체 상표로 중국 시장을 뚫은 이 사장은 저가 휴대폰으로 승승장구하며 2004년 매출 3,838억원, 당기순이익 115억원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덕분에 2002~2004년에 5,000만불 수출탑, 1억불 수출탑, 3억불 수출탑을 잇따라 수상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노키아, 모토로라 등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저가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은 이 사장은 설상가상으로 환율 하락과 내수 침체까지 겹쳐 지난해 6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도 그는 100억원을 들여 유럽식(GSM) 휴대폰용 통신칩을 만드는 프랑스의 웨이브컴 칩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올해 1분기에 164억원의 적자를 내며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이 사장은 올해 3월 SK텔레콤에서 100억원을 차입하고 지난달 유상증자를 실시해 118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중국 공장과 본사 인력 감원, 직원들의 임금 동결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으나 기울어진 회사를 바로잡기에는 너무 늦었다.

좌초한 이 사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는 VK 관계자를 통해 경영권과 주식 등을 모두 채권단에 일임하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할 뜻을 전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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