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새벽 첫 미사일을 발사하기 수 십분 전 미국 시카고발 인천행 아시아나 항공여객기가 동해 상공의 위험지역을 통과했다고 한다. 미사일의 탄도가 여객기의 비행 고도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알기 어렵지만 정말 아찔한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비상상황에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논란이 일자 건교부 항공안전본부는 6일 오후 늦게야 캄차카 항로를 이용하는 여객기에 대해 태평양 항로를 이용하도록 지시했다.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한ㆍ미ㆍ일 정보 당국은 북한이 3일부터 자국 어선에 대해 미사일 탄착 예정 수역으로의 출어를 금지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해당 수역에서 조업 중인 어선이나 예상 위험지역을 통과하는 항공기에 대해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마땅하다.
정부 당국자들은 미사일 발사 여부가 확실하지 않았고 대북 감청 체계 등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사항이어서 북한의 자국 어선 출어금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당국의 판단이 안이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해명이다. 감청내용이 안보와 관련된 정보 사항이라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도 군색하다. 그런 어설픈 논리로 국민의 안전을 외면한 책임이 면해질 수는 없다.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안일한 자세와 판단은 이밖에도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첫 미사일 발사 후 1시간 30분이 넘어서야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도 그 하나다.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 발사는 대통령에 대한 즉각적인 보고사항이 아니라는 해명은 말이 안 된다. 남한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중ㆍ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수 년 만에, 그것도 야간에 잇따라 발사한 사실을 가볍게 봤다면 큰 문제다.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어 국민을 불안하게 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모르는 가운데서도 기민하고 치밀하게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자세는 갖추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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