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한슬(29)씨가 서울 종로구 두아트갤러리에서 ‘병과 단지(bottle&jar)’라는 제목으로 그림 전시회를 하고 있다.
매끈한 색 바탕 한가운데 유리병 안에서 숙성되는 인삼, 오이피클, 고추피클 등을 실제 크기보다 10배 이상 확대해 모양과 표면이 주는 느낌을 극대화했다. 톡톡 튄다. 느낌이 명쾌하다. 고리타분한 표현 방식에서 벗어난 현대적인 정물화다. 빛에 관심이 많아 지금껏 플라스틱 소재를 많이 그린 그가 이번엔 유리병이 가진 반짝임에 주목했다. 빛의 반사로 변형된 갖가지 색을 표현한 방식이 흥미롭다.
칠을 원치 않는 부분에는 캔버스에 붙였다 떼어내도 손상이 없는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물감을 칠했다. 이렇게 테이프를 떼어내고 다시 물감을 칠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 조각조각 다양한 톤으로 마무리했다. 테이프를 뜯어내면서 살며시 생긴 자국들이 종이를 찢어낸 것처럼 자유로운 터치로 남아있다.
유리병 액체 속에 든 오이 피클이나 고추 피클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그려내기 위해 6, 7가지 다른 톤을 썼다. 숙성되는 내용물의 변화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씨는 헤어드라이기나 스카치 테이프, 화장품 케이스 등 일상 생활 속 사물을 자기방식대로 표현해 전혀 다른 느낌을 내는 재미에 빠졌다. 그래서 소재가 될 만한 새로운 사물을 찾는 것이 작업의 중요한 일부가 돼 버렸다. 반들반들한 소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색의 출현이 작업의 핵심이다. 메시지보다는 독특하고 참신한 표현 방식이 눈길을 끄는 작업이다. 전시는 23일까지. (02)738-2522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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