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세는 ‘지키는 축구’다. ‘방패의 제왕’이 2006 독일월드컵을 지배한다.
10일 오전 3시(한국시간)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격돌하는 결승전은 ‘벽과 벽’의 대결이다. 이미 수비축구의 대명사로 악명(?) 높은 이탈리아(6경기 1실점)의 카테나치오(빗장수비)와 기술수비를 앞세우는 프랑스(6경기 2실점)의 포백라인이 정면충돌한다. 내로라 하는 공격수들도 대충 어슬렁거렸다간 슈팅 한번 날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공격수들은 몸조심 해라-이탈리아의 육탄수비
‘아주리 군단’이 내세우는 빗장수비의 핵심은 강력한 태클과 몸싸움이다. 심판의 눈을 속이는 교묘한 반칙과 폭행수준의 몸싸움은 유럽에서도 가장 지저분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이탈리아 대표팀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조차 조별리그 미국전에서 데 로시가 팔꿈치 가격으로 퇴장 당하자 “이탈리아 선수들은 비신사적인 행동을 습관적으로 해 국제경기에서 고난을 자초한다”고 푸념했을까. ‘빗장수비’는 사실상의 ‘반칙수비’라는 게 축구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의 수비라인이 견고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카테나치오의 핵심인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그로소-마테라치-칸나바로-참브로타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돋보였다.
▦수비도 기술이다-프랑스의 아트수비
‘마법의 4중주’라 불렸던 브라질의 공격라인(호나우두-호나우지뉴-아드리아누-카카)을 울고 가게 만든 프랑스 수비의 핵심은 역시 테크닉이다.
중앙수비수인 릴리앙 튀랑(34)은 30대 중반의 베테랑이고, 윌리암 갈라스(29)와 윌리 사뇰(29)도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들어 체력에 약점을 보이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세련된 수비는 철옹성이었다. 이들은 이탈리아 수비수들처럼 폭발적인 공격가담을 하진 않지만 대신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다. 볼 컨트롤이 뛰어나고 선수들의 시야가 넓은 것이 장점.
이번 대회 6경기를 2골로 막아낸 수비의 힘이 초반 부진을 털고 프랑스를 결승까지 이끈 비결이었다. 특히 1골은 페널티킥이었고, 필드골은 한국의 박지성에게 내준 것이 유일했다.특히 더블 볼란테인 마켈렐레와 비에라, 윙포워드인 말루다와 리베리의 수비가담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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